해양수산벤처 2027년까지 1000개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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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창업투자 활성화 전략’
영세 중소업체 경쟁력 갈수록 약화… 기술개발-투자유치 맞춤형 지원 강화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 100개, 분야별 세계 1위 기업 10개 육성
기업의 연구기관 이용도 지원

해양 바이오 전문기업 보비C&E의 최태호 대표(53)는 2012년 20여 년을 근무한 대기업을 그만두고 굴 껍데기를 찾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굴 껍데기에서 추출한 항산화 물질을 이용해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일본은 산호초를 이용한 건강기능식품으로 연간 5000억 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던 때였다. 최 대표는 깊은 바다에서 따는 산호초보다 버려지는 굴 껍데기의 가격 경쟁력이 훨씬 높을 것으로 봤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국책연구기관과 대학 연구소 등 600여 곳의 문을 두드린 끝에 영월청정소재산업진흥원의 기술 개발 지원을 이끌어냈다. 2013년 6월 첫 제품을 선보였고 2015년엔 1억5000만 원의 매출을 올려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최 대표는 “올해 초엔 중국 수출도 시작했다. 이달 양산 능력을 갖춘 시설이 완비되면 약 10억 원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비C&E 같은 해양수산 분야 창업 기업 육성에 나선다. 해양수산 분야에도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1500억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12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해양수산 창업·투자 활성화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매출 1000억 원 이상 기업 100개와 분야별 세계 1위 해양수산 기업 10곳을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투자 유치부터 기술 개발까지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매년 100개씩, 총 1000개의 신생기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국내 해양수산 중소기업의 평균 연매출과 영업이익률은 2008년 각각 14억 원과 6.23%에 그쳤다. 2012년엔 연매출과 영업이익률이 각각 12억 원, 2.74%로 떨어졌다. 윤현수 해수부 해양정책과장은 “해양수산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처럼 아이디어가 있어도 기술을 상용화할 기관을 못 찾는 경우도 많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연구기관을 찾을 수 있도록 이용권(바우처) 제도를 도입한다. 정부가 기업에 예산을 주면, 기업이 해당 연구를 가장 잘 수행할 곳을 찾아 직접 의뢰하는 것이다. 윤 과장은 “미래 해양기술 사업 예산 130억 원 가운데 최대 30%를 활용해 연간 20∼30곳의 기업에 바우처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 유치 지원도 강화된다. 해수부는 해양수산 분야의 기술 가치를 평가하고 거래하는 기관 및 특허관리 전담 기관을 지정하기로 했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해 더 많은 기업이 해양수산 신산업 분야에 진출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업계에선 정부의 의욕만 앞선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양수산 분야의 한 기업 대표는 “강소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부터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이 산업 생태계에 안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부의 목표는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해양수산벤처#해양 바이오#보비c&e#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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