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나라’ 제품 등록하자 납품 3배로…벤처기업 성장 사다리 역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6일 14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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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케이랩스 김원효 대표가 창업해 첫선을 보인 제품은 3차원(3D) 프린터였다. 크기는 기존 제품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성능은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대한민국 제1호 혁신상품 인증도 받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판매는 저조했다. 학교 등 교육기관의 평가는 좋았지만 공공기관 납품 실적이 없어 구매를 꺼린 탓이다. 변화의 계기는 지난해 12월 ‘벤처나라’에 제품을 등록한 것이다. 벤처나라는 조달청의 창업·벤처기업 전용 쇼핑몰이다. 김 대표는 “벤처나라에 등록하자 공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구매에 나서 월평균 20대 안팎의 판매량이 70대로 훌쩍 뛰었다”며 “공공기관 납품 실적이 신뢰 상승과 판매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달청의 벤처나라가 ‘데스밸리(death valley·창업 3~7년 만의 도산)’ 위험에 놓인 국내 창업·벤처기업들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5일 조달청에 따르면 신규 또는 벤처기업이 공공조달시장에 진입하려면 기존 나라장터의 종합쇼핑몰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경쟁 업체가 3곳 이상이거나, 기존 종합쇼핑몰 목록에 부합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이처럼 공공조달의 사각지대에 놓인 창업·벤처기업을 위해 문을 연 것이 벤처나라다.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인 정양호 조달청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신기술 융·복합 제품이 대세”라며 “공공조달시장이 창업·벤처기업의 혁신 제품을 선제적으로 구매해 성장의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창업·벤처기업 제품의 공공조달시장 플랫폼으로 출범한 벤처나라는 종합쇼핑몰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해도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산업부와 중소기업청, 창조경제혁신센터 등과 협의해 엄선한 뒤 등록시켰다. 올 1월 국무조정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벤처나라 등록 상품을 적극 구매하도록 했다.

지난달 말 현재 220개사의 제품이 우수 벤처·창업기업 상품으로 1차 지정됐다. 그리고 이 중 129개사 제품(340개)이 정식 등록을 마쳤다. 나머지 제품은 등록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벤처나라를 통한 직접 판매 실적은 8600만 원(36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벤처나라 판매가 가져다준 파급 효과는 매우 크다.

천연항생제 프로폴리스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서울프로폴리스 이승완 대표는 “벤처나라 등록 후 설 명절에 정부출연연구원과 공기업 등의 구매 요청이 쇄도했다”고 전했다. 산업보안용 소형 디지털잠금장치를 생산하는 플랫폼베이스는 등록 후 영국 등 3개국에서 80만 달러(약 9억 원)의 수출 실적을 거뒀다.

조달청은 지방의 더 많은 창업·벤처기업에 등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8일 대전시와 첫 업무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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