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아버지 박정희 명예 위해서라도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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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용 前 국회의장 주간동아 인터뷰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2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정국을 풀어갈 해법을 얘기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land6@donga.com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2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정국을 풀어갈 해법을 얘기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land6@donga.com

“두 동강 난 국론을 모으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야 합니다.”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박관용 전 국회의장(80)은 탄핵 찬성과 반대로 분열된 현재 한국 사회의 해법으로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내놨다. 그는 “박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며 “자신의 억울함이나 이해관계보다 국민을 어떻게 화합시킬까에 초점을 맞추는 게 정치 지도자가 할 일”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본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노력한 사람입니다. 박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든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으로 지금의 사태까지 왔다면 사회가 극도로 혼란해진 현실을 뼈아프게 뉘우쳐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모든 책임을 안고 떠나겠습니다. 화합하십시오’라고 호소한다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박 전 의장은 지금의 탄핵 사태의 원인에 대해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이 보낸 위로 편지에 감사 인사를 하며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과 상관없이 지지자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데 대해서도 “그럼 결국 역사 속에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전 의장은 6선 국회의원에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다. 특히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당시 의사봉을 잡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가결시킨 당사자이기도 하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11월엔 정계 원로들과 함께 ‘대통령의 4월 퇴진, 6월 대선 실시’라는 정국 수습 방안을 내놓기도 했었다.

박 전 의장은 “대통령에게 자진 사퇴 기회를 주지 않고 탄핵으로 끌고 온 것은 대선에서 유리할 수 있겠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정치권은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강변하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몰고 가 국론 분열 상황을 방조하는 것은 지도자로서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의장은 촛불과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나온 집회 참가자에게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그는 “현 정부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통성 있는 정부”라며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민주시민이라면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시위대가 헌재로 몰려가 ‘인용’과 ‘기각’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민주주의가 아니라 폭력이다. 자유롭게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은 좋지만 헌법기관의 결정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협박하는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의장은 올해 대선 구도에 대해서는 “보수 진영이 하나의 정당으로 뭉치기는 틀렸다고 본다”며 “다만 연정 파트너들의 후보 단일화로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 진보 대 보수의 일대일 구도로 치러질 경우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 의장의 상세한 인터뷰 내용은 3일 발행된 주간동아(1078호)에서 볼 수 있다.

구자홍 jhkoo@donga.com·문병기 기자
#박관용#박근혜#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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