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 남자 화장실’ 소변기 위에 부착된 ‘여자 사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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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2월 28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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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성현 교수 SNS 캡처
사진=강성현 교수 SNS 캡처
‘성균관대 화장실 사진’이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남성 화장실 소변기 위에 여성 사진이 부착돼있기 때문.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균관대 국제관 지하2층 남자화장실”이라는 글과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그는 “국제관이라 서구 여성 사진을 남자화장실에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한심스럽다. 도대체 누구의 발상이냐?”고 질타했다.

강 교수는 학술회의차 성균관대 서울 캠퍼스를 방문했다가 국제관 지하 2층 남자 화장실에서 문제의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 속 남성용 변기 위에는 각각 외국인 여성 사진이 크게 부착돼 있는데, 여자들은 한결같이 남성의 소변 행위를 엿보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게시물은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크게 논란이 됐다. 많은 사람이 강 교수의 지적에 공감했지만, 일부 누리꾼은 강 교수의 글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여성 사진이 소변기 밖으로 소변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착했을 거라고 추측하는 등 이를 ‘넛지 효과’라고 주장했다. 넛지 효과(nudge effect)란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없이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아울러 일부 남성 누리꾼은 ‘여성이 훔쳐보고 있는 사진을 소변기 위에 부착했으므로, 남성이 피해자가 됐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이걸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 조성 차원에서 소변이 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남자들. 제발 내 얼굴이 화끈거리니 그런 말 하지 마시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자가 훔쳐보는 것이니 남자가 피해자란 말 따위는 더더욱 하지 말자. 남자의 볼 일을 여자가 ‘훔쳐본다’ 등 이 행위의 주체가 여성으로 상정된 것은 남성이 상상하는 여성상, 남성의 성적 판타지다”며 “지극히 단순하고 노골적으로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시선”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강 교수는 “이건 성균관대 화장실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성인 지적 시각과 감성이 심각하게 결여된 한국사회의 단면을 반영하는 거다. 생물학적 남성 여성의 문제로 짐작해 적대하지 말고 젠더적 시각과 감수성으로 이 사태를 보자”고 촉구했다.

한편 성균관대 관계자는 28일 동아닷컴에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사진 제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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