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핵사유 끝까지 부인한 박 대통령, 헌재 승복 밝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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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단 한 번도 저의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 추구를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남용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대리인단 소속 이동흡 변호사가 대신 읽은 최후진술 의견서를 통해 이같이 국정 농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다만 “주변을 제대로 살피고 관리하지 못한 불찰로 인해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린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은 단지 ‘주변 관리’를 잘못한 것뿐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검찰과 특검의 대면 조사를 거부했고, 헌재에도 불공정을 내세워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그동안 질문도 받지 않는 세 차례의 대국민 담화와 기습적으로 연 신년 기자간담회,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터넷TV와의 단독 회견만 했을 뿐이다. 그 어떤 사법 절차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일방적 주장으로 탄핵 불복의 배수진을 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사실상 마지막 대국민 소명 기회나 다름없는 헌재 최후진술마저 서면으로 대신했다. 어떤 구체적인 해명도, 필요 최소한의 설명도 없었다.

박 대통령은 각종 국가문서를 최순실 씨에게 유출하고 최 씨의 국정 개입을 허용함으로써 결국 사인(私人)에게 사실상 국정을 맡겨 국민주권주의 및 대의민주주의, 법치주의와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탄핵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최 씨에 대해 “지난 40여 년간 가족이 있으면 챙겨줄 옷가지나 생필품 등 소소한 것을 도와준 사람”이라며 자신도 최 씨에게 당한 것이라는 ‘피해자 논리’를 폈다. 연설문 유출도 국민 시각에 맞는 표현을 찾기 위해 조언을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각종 정책이나 인사 자료, 심지어 민감한 외교 관련 문서까지 왜 최 씨에게 전달됐는지 전혀 설명이 없었다. 특히 최 씨 추천을 받아 공직자를 임명한 사실도 없다며 지난달 인터넷TV에 나와 “문화 쪽이 좀 있었다”고 인정한 대목마저 부인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최 씨로부터 재단 명칭과 이사진 명단, 사무실 위치까지 전달받아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 일일이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제가 믿었던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선의가 왜곡됐다”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선 “개입하면 구조작업에 방해만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소 차명 휴대전화로 측근들과 수시로 통화한 박 대통령이 그런 위기상황에서 왜 그렇게 서면보고만 기다리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아무 설명이 없었다.

대통령의 진술로 헌재의 최종변론도 끝났다. 이제 2주 뒤면 탄핵 정국의 마침표가 찍힌다. 하지만 그 2주 동안 우리 사회에는 거센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다. 지난 주말에도 탄핵 찬반 진영 집회에선 각각 “기각 땐 폭동” “인용 땐 참극”이라는 협박이 난무했다. 당장 내일 3·1절에도 각각 최대 규모의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 2주가 지나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박 대통령은 ‘정치적 희생자’로 둔갑해 사실상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어떤 상황이 오든 혼란을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누구보다 먼저 헌재 결정에 깨끗이 승복하고 지지 세력의 반발도 설득하겠다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
#박근혜#탄핵심판#최종변론#국정농단 부인#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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