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시향직원 무고혐의 고소”… 檢 “박현정 무혐의 바뀔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명훈 감독 사퇴 부른 ‘서울시향 사태’ 진실게임 3R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55·여·사진)가 과거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서울시향 직원 3명을 이달 초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2014년 12월 이른바 ‘서울시향 사태’가 처음 불거지고 2년여 만이다. 박 전 대표는 또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관련해 “담당 검사를 교체해 달라”는 취지의 재배당 요청서도 제출했다.

앞서 경찰은 1년에 걸친 수사 끝에 지난해 3월 박 전 대표의 성추행 의혹 등 서울시향 직원들의 주장이 허위 사실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직원 10명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원점에서 다시 수사에 나섰다. 그런데 최근 검찰 수사가 경찰 발표와 다른 방향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전 대표가 고소와 검사 재배당 요청을 한 것이다. 서울시향 사태가 ‘진실게임 3라운드’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 수사 결과, 검찰에서 뒤집히나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서울시향 직원 곽모 씨(41) 등 3명을 이달 초 서울중앙지검에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곽 씨 등 3명은 2014년 12월 당시 박 대표로부터 성추행 등 인권을 유린당했다며 다른 직원들과 함께 호소문을 냈다. 박 전 대표는 “강제추행 혐의가 경찰에서 무혐의를 받은 뒤 검찰로 넘어가 무고죄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알았지만 진행되지 않고 있어 이번에 고소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관계는 반전을 거듭했다. 호소문이 나온 직후 박 전 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하지만 직원들의 손을 들어준 서울시 자체 조사 결과 등으로 여론이 돌아서자 같은 달 말 대표에서 물러났다. 이때까진 서울시향 직원들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2015년 8월 경찰은 박 전 대표의 강제추행 혐의를 무혐의 처분했다. 또 경찰은 곽 씨 등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불구속 기소 의견)했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호소문 작성 과정에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64)의 부인 구순열 씨(69)가 개입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향 사태가 정 전 감독과 박 전 대표 간의 갈등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경찰 발표로 일단락된 듯한 서울시향 사태의 진실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다시 복잡해지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원점에서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박 전 대표) 기소 여부 등 아직 결정된 건 없다. 경찰이 송치하면서 내린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은 10일 “수사가 편파적으로 느껴져 현재 별도로 수사되고 있는 강제추행 건과 호소문 유포 건을 한 곳에서 수사하고 담당 검사도 교체해 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재배당 요청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 서울시향 직원들 ‘단톡방’ 의혹 제기


박 전 대표 측은 과거 서울시향 직원들이 자신의 음해를 모의한 것이라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단톡방) 메시지를 13일 공개했다. 메시지는 서울시향 직원의 호소문 발표 이틀 뒤인 2014년 12월 4일부터 박 전 대표가 사퇴한 같은 달 29일까지 오간 내용이다. 이 메시지는 공익제보자가 박 전 대표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에서 서울시향 직원들로 보이는 인물들은 박 전 대표를 몰아내기 위한 방법을 논의했다. ‘지금은 과장, 거짓말 양념. 무조건 이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소하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등의 말이 오갔다. 또 ‘조사과에는 좀 뻥쳐도 돼’라고 하는 등 당시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서울시향 직원의 변호인 측은 채널A 기자와의 통화에서 입수 경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박 전 대표와 정 전 감독의 명예훼손 ‘맞고소’도 이어지고 있다. 2014년 당시 정 전 감독은 “서울시향 직원들이 박 전 대표에게서 모욕당한 것을 무시하지 못하겠다”며 직원들 편에 섰다. 이에 박 전 대표는 2016년 3월 정 전 감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정 전 감독도 같은 달 박 전 대표를 고소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서울시향#박현정#정명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