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행, A형 발생 ‘늑장 보고’ 시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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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투입 검토”… 뒤늦게 총력대응
안희정, 재정 조기집행 건의하자… 지자체 애로사항 적극 수렴 지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0일 A형 구제역 발생 사실을 ‘늑장 보고’ 받은 점을 시인하고 민관군에 구제역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9일 오전 1시 경기 연천에서 A형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사실을 언제 보고받았느냐’는 질문에 “9일 오전 8시 반 국정 현안 관계장관회의가 끝나고 몇 시간 뒤에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사실상 반나절 이상 A형 구제역 발생 사실이 보고되지 않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황 권한대행은 “(A형 구제역이) 새벽에 발생했고 유전자 검사를 위한 진행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게 (보고하는 과정에) 실수가 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국무조정실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황 권한대행에게 A형 구제역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경위 등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황 권한대행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관 합동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일일점검회의에 참석해 “인력 부족이 우려되는 경우 군(軍) 투입을 해야 할 상황”이라며 “다른 유형(A형과 O형)의 구제역이 발생한 만큼 효과적인 백신 접종, 차단 방역 등 가용한 방역 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대응이 늦은 것에 대해 비판이 거세지자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미뤄 왔던 군 장병 투입까지 적극 검토하기로 선회한 것이다.

이 회의에서는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잠재적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황 권한대행이 화상을 통해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안 지사는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에서 화상회의에 참석했다.

안 지사는 “AI가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지역별로 많은 행사가 취소돼 지역의 소상공인 등 지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침체된 지역 경제를 위해 특별 기부금 등 재정 조기 집행을 중앙정부가 조치해 주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황 권한대행도 각 지자체의 애로 사항을 적극 수렴해 검토할 것을 내각에 지시했다. 정치권에서는 구제역이라는 ‘지지율 복병’ 앞에서 황 권한대행과 안 지사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편 9일 의심 신고를 했던 충북 보은의 한우 농가도 10일 구제역(O형)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구제역에 감염된 9마리는 도살 처분했고, 나머지 소들도 도살 처분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해당 농장의 농장주와 부인이 운영하는 3개 농장 중 2곳은 항체 형성률이 각각 30%와 6%에 불과했다. 나머지 1곳의 항체 형성률은 100%였다.

A형 구제역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경기 연천 농가는 항체 형성률이 90%(O형 항체 형성률은 52%)나 됐는데도 구제역이 발병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그동안 항체 형성률이 80% 이상이면 질병을 거의 모두 예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혀 왔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최혜령 기자
#황교안#구제역#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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