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금 9조8000억 더 걷혔다…예측 잘못해 정부 곳간만 호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0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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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 세수가 전년 대비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9조8000억 원이 더 걷힌 것이다. 내수 경기는 불황인데 정부 곳간만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내놓은 ‘2016년 세입·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42조6000억 원으로 정부가 예상한 세수보다 9조8000억 원이 더 걷혔다. 2015년 국세 수입(217조9000억 원)보다 24조7000억 원이 늘었다. 전년 대비 역대 최대 규모로 세수가 늘어난 것이다. 정부가 연간 재정에서 쓰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도 8조 원에 달해 2년 연속 흑자를 냈다.

체감 경기는 얼어붙었지만 세금이 더 걷힌 것은 부동산 경기 호조로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해 부동산거래는 전국적으로 전년보다 3.3% 줄었지만, 수도권에선 4.9% 늘었다. 이 결과 양도소득세가 정부 예상보다 2조6000억 원 더 걷혔다. 김병철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2016년 부동산 거래가 전년보다 줄 것으로 봤는데, 지난해 7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많이 올라 양도소득세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민간 소비가 늘고 수출 부진으로 환급액이 줄어 부가가치세도 정부 예상보다 2조1000억 원이 증가했다. 민간 소비는 2015년 4분기(10~12월)부터 2016년 3분기(7~9월)까지 2.2~3.3%(전년 동기 대비 기준)의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수출액은 4955억 달러(약 564조9000억 원)로 전년보다 5.9% 줄었다. 수출이 줄면 부가세 환급액이 줄어든다.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도 1조8000억 원이 더 걷혔다. 기재부는 임금 인상 외에 고소득자에 대한 비과세 감면이 줄어 근소세 수입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주식 거래가 늘면서 증권거래세도 예상보다 7000억 원 늘었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5년, 2016년 국세가 예상보다 많이 걷혔지만 이전 3년은 계속 세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국세 수입을 예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년 연속 흑자를 낸 정부는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확정적 재정정책에 나설 방침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재정정책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실물경제에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박희창 기자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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