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교수 “소득·일자리 증가, 한국 경제성장률 절반에도 못 미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9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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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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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이후 한국의 가계소득 증가율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3분의 1 정도에 그쳤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자리 증가폭은 이보다 더욱 작아 소득·고용증가 없는 경제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9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열린 ‘2017 한국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발표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1990~2015년 한국의 가계소득 누적증가율은 90.5%로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249.0%)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일자리 누적증가율 역시 43.4%에 그쳤다.

장 교수는 “각국의 최근 15년 간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경제성장률로 나눠보면 한국(57.9%)은 미국(129.2%)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경제 성장의 과실이 가계로 흘러가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임금소득 정체를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2000~2015년 고용률이 2.2%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 데다, 비정규직 비율도 높아 가계가 안정적으로 임금소득을 올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고용창출효과가 비교적 낮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도 고용과 임금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장 교수는 “임시직 비중이 높은 노동시장 구조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꾸고, 양극화된 임금소득 분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의 개막회의에서는 장 교수 외에 여러 연사들이 ‘국가와 국민이 함께 잘 되는 성장’을 화두로 내세웠다. 국내 경제학계의 최대 연례행사인 공동학술대회에서 분배 문제가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적은 드물었다는 게 학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기조강연을 맡은 안충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겸 중앙대 석좌교수는 “세계 여러 나라가 소득 양극화, 저성장 시대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상생하는 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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