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종대 원장 성희롱’ 말바꾼 감정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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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전혀 들은 바 없다” 밝혔다가 “인지했지만 정식 조사 안해” 번복
국토부, 피해 여성 대상 진상조사… 서종대 “문제될 발언 없었다” 주장

서종대 한국감정원장(57)이 여성 직원들에게 수차례 성희롱 폭언을 한 혐의가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상급 기관인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당초 “관련 내용을 전혀 들은 바 없다”라고 하던 감정원은 “인지는 했지만 정식으로 조사하지 않았다”라고 말을 바꿔 사실 은폐 논란도 일고 있다. ▶본보 7일자 A12면 참조

국토부 감사실은 7일 감사관 3명을 감정원에 급파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서정식 국토부 감사관은 “전현직 피해 여성 직원 및 관계자들을 불러 진술을 받고 철저하게 조사해 가급적 빨리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직원인 경우 사실 여부와 경중에 따라 기관에 징계 요구를 하면 되지만 이번 경우는 기관장이어서 처리 방식이 다르다”라며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임면권자가 판단하도록) 상부에 보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정원장은 국토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서 원장의) 천박한 성 인식을 드러내고 있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서 원장의 즉각 파면과 철저한 수사를 통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금융노조와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은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서 원장의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서 원장은 “그런 자리들이 있었지만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감정원의 부적절한 대처가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3일 서 원장이 한 여성 직원에게 “넌 피부가 뽀얗고 몸매가 날씬해서 중국 부자가 좋아할 스타일”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감정원 측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일도 잘하고 용모도 준수해서 해외 고위공무원 연수 시에도 해외 고위공무원들이 좋아했다는데 사직하지 말고 계속 일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돼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설사 그런 식으로 말했다고 해도 당사자가 굴욕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으로 봐야 한다”라며 “게다가 용모가 준수해 해외 공무원들이 좋아했다는 해명 자체도 성희롱으로 볼 여지가 있고, 당사자에게는 ‘2차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감정원 측의 말 바꾸기도 도마에 올랐다. 동아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감정원 측은 “서 원장이 성희롱을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고, 제보를 받은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성희롱 상황을 보여 주는 취재 결과를 제시하자 “지난해 감사 과정에서 피해 여직원을 통해 해당 사실을 파악했다”라며 “용모에 대한 칭찬의 취지였던 것으로 보고 조사에 들어가지 않았다”라고 말을 뒤집었다.

강성휘 yolo@donga.com·김재영 기자
#서종대#성희롱#감정원#조사#국토부#진상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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