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투산] ‘도전과 시련의 땅’ 애리조나에 다시 선 kt 김재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8일 05시 30분


kt의 신예 마무리투수인 김재윤은 팀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 투산이 각별하기만 하다. 6년 전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첫 발을 내딛은 땅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비록 유니폼은 그때와 다르지만 기회와 시련이 담긴 땅에서 다시금 꿈을 품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kt의 신예 마무리투수인 김재윤은 팀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 투산이 각별하기만 하다. 6년 전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첫 발을 내딛은 땅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비록 유니폼은 그때와 다르지만 기회와 시련이 담긴 땅에서 다시금 꿈을 품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kt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는 전 세계 야구선수들에게 기회와 희망의 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에선 KBO리그 팀들뿐만 아니라 일본프로야구(NPB)와 메이저리그(ML)의 많은 구단들이 새 시즌을 앞두고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따스한 햇볕 아래서 부푼 희망을 꾸는 곳이 바로 애리조나다.

2013년 창단 이후 벌써 세 번이나 애리조나 투산을 찾고 있는 kt. 캠프에 이름을 올린 41명의 선수들 가운데 이곳 투산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이가 있다. 바로 우완투수 김재윤(27)이다.

2008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 안방을 지켰던 고교생 포수 김재윤. 그러나 그는 그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어느 팀의 지명도 받지 못했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그때 손을 내밀어준 구단은 다름 아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였다. 애리조나는 건실한 수비력을 갖춘 김재윤을 점찍고 계약금 15만 달러가 담긴 제안서를 건넸다. 대학 진학과 ML 진출 사이에 선 김재윤은 도전을 택했고, 이듬해 혈혈단신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꽃을 피우는 일은 뜻처럼 되지 않았다. 김재윤은 결국 도전을 잠시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kt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이제는 ‘신예 마무리’로서 2017시즌을 앞둔 채 다시 애리조나 투산을 찾았다. 7일(한국시간)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만난 김재윤은 “애리조나에서의 4년은 값진 시간이었다”면서 “미국 진출 첫해와 이듬해 스프링캠프를 이곳 투산에서 치렀다. 투산 그리고 애리조나는 나에겐 도전과 시련이 담긴 땅이었다”고 했다.

kt 김재윤. 사진제공|kt wiz
kt 김재윤. 사진제공|kt wiz

● “마무리 보직은 내게 딱 맞는 옷”

-스프링캠프 첫 주다. 몸 상태는.


“현재 컨디션은 아주 좋다. 올해 캠프 기간이 짧아져 지난해 겨울부터 몸을 일찍 만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예년 스프링캠프보다 몸이 잘 만들어진 느낌이다. 지금 체중이 98㎏ 정도가 나가는데 제일 좋을 때 몸무게가 정확히 지금이다.”

-지난달엔 팀 선배들과 함께 사이판 미니캠프에 다녀왔다.

“주장인 박경수 선배님을 비롯해 여러 선배님들이 배려해주신 덕분에 사이판에 함께 갈 수 있었다. 2주 넘게 있으면서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들게 됐다. 특히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이 잘 갖춰져 있더라. 그곳에서 롱토스 위주로 훈련에 임했다.”

-지난해는 마무리로 전향한 첫 시즌이었다.

“애초부터 하고 싶었던 보직이었다. 그런데 기회가 예상보다 빨리 와 조금 당황했다.(웃음) 그래서 코치님이나 선배들께 조언을 더 구하려했다. 그래도 중간계투 보직보단 적성에 맞는다. 재밌게 1년을 보냈다.”

-적성에 맞는다니 다행이다.

“경기 중간에 나오는 일은 아무래도 힘들다. 언제 나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무리는 투입 시점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낫다. 내가 중간계투를 해봤으니까 그 고충을 잘 안다.”

-본인이 평가하는 ‘마무리 김재윤’이 궁금하다.

“부족한 점이 많다. 일단 주자가 나가면 아직 불안하더라.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마운드에 올라 위압감을 느끼면 컨트롤이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장점은 많지 않지만 하나를 꼽자면 승부하는 자세다. 타자들을 피하지 않고 맞붙으려고 한다.”

-올 시즌 팀의 기대가 크다.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잘 하려고 한다. 이번 겨울에 열심히 몸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몸에 좋은 음식도 많이 챙겨먹으려고 한다.”

kt 김재윤. 사진제공|kt wiz
kt 김재윤. 사진제공|kt wiz

● “애리조나는 내게 값진 추억이 담긴 땅”

-2009년 휘문고 졸업 후 자리한 곳이 여기 애리조나였다.


“맞다.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한 곳이 애리조나였다. 그리고 투산에서도 추억이 많다. 첫 시즌 스프링캠프를 투산에서 치렀다. 이듬해 캠프도 같은 장소였다.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는 곳이다.”

-미국 첫해 생활은 어땠나.

“쉽지 않았다. 연봉도 적을 때였고…. 첫해부터 3년간 홈스테이를 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미국 가정이 구단에 신청하면 선수와 연결시켜줬다. 벌이가 꽤 괜찮은 친구들은 직접 숙소를 잡지만, 나처럼 초년생들은 홈스테이를 많이 했다.”

-마이너리그 생활 역시 쉽지 않았을 텐데.

“물론 고생을 계속 했다. 미국에 처음 와선 말이 통하지 않으니 집 밖으로 나가지를 않았다. 게다가 팀에 한국인은커녕 아시아인은 나뿐이었다. 그래도 당시 홈스테이 가정과 팀 동료, 코치님들이 많이 챙겨줬다. 구단에서도 신경을 써줘서 처음 2년간 통역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생활에 점차 적응해 나갔다.”

-그러나 4년 뒤 미국 진출의 꿈을 접게 됐다.

“애리조나 루키팀에서 출발했다. 이후 로우 싱글A를 거쳐 하이 싱글A까지는 올라갔다. 포수로서 수비는 괜찮았는데 타격은 도무지 늘지 않았다. 재능이 없었다고나 할까. 결국 꿈을 접고 한국에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그렇다면 이곳이 따뜻하게 다가오지만은 않을 듯하다.

“비록 실패를 경험했지만 아픈 기억만 있는 곳은 아니다. 애리조나에서의 4년은 내게 값진 시간이었다. 각국의 야구선수들과 함께 운동하며 많은 점도 배울 수 있었고, 많은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당시 겪은 시련 역시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됐다.”

kt 김재윤. 사진제공|kt wiz
kt 김재윤. 사진제공|kt wiz

● “내 꿈은 언제나 최고의 무대에 서는 일”

-한국에 돌아와 현역 복무를 택했는데.


“한국에서 계속 뛸 생각으로 현역 입대를 결정했다. 군대(육군 의장대)에 있을 때도 야구는 정말 하고 싶더라.”

-kt에 와서 투수로 전향했다.

“아까 말했듯이 포수로서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투수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올해가 전향 3년차인데 적성은 들어맞는다.”

-올해 전문 마무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나 역시 내 자신을 확실한 마무리로 생각하지 않는다. 최대성 선배와 장시환 선배, 조무근까지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장점을 살리려고 한다. 볼 끝에 자신감을 갖고 경쟁에서 이겨보겠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다시 미국 무대에 서보는 일이다. 언제나 꿈은 메이저리그 진출이었다. 꼭 한국에서 최고의 마무리로 거듭나 다시금 도전해보고 싶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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