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친구들, 빨리 만나고 싶은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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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원 AI 휴장에 어린이들 울상

5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앞에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한 임시휴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5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앞에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한 임시휴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제 그만 가. 문 열려면 더 있어야 한대.”

6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앞. 사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식동물 울타리 앞에서 아이는 계속 서 있었다. 김원미 씨(36·여)는 “평소 집에서 가까워 자주 오는데 사슴이나 바다사자가 있는 곳은 열지 않았겠냐고 아이가 하도 졸라서 나왔다”고 말했다. 철조망이 닫힌 틈 사이로 사슴을 한참 쳐다보던 아이는 아쉬운 듯 발걸음을 돌렸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능동 어린이대공원은 겨울에도 아이들로 붐빈다. 추위를 타지 않는 동물들을 바로 곁에서 볼 수 있는 데다 실내관도 여러 동(棟) 만들어놓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휴장에 들어가면서 꼬마 손님들의 기다림도 길어지고 있다.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는 조류 186마리가 살고 있다. 이곳은 고병원성 AI 야생조류 폐사체가 발견된 한강 성동지대 앞 도선장 반경 10km 내에 있어 방역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황새와 노랑부리저어새 등 3마리가 폐사하면서 지난해 12월 17일 문을 닫은 과천서울대공원 역시 매일 조류를 검사하며 AI 여부를 확인 중이다. 서울대공원 측은 이날 “AI가 발생한 황새마을은 물론이고 다른 조류사(舍)를 대상으로 하루 서너 차례, 수백 건의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현재까지 계속 음성판정이 나왔다. 특히 이달 하순 철새가 북쪽으로 떠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3월부터는 다시 문을 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진다. 서울대공원에는 천연기념물 15종 195마리와 멸종위기 48종 418마리가 살고 있다. AI 발병 이후 황새마을에 살던 천연기념물 원앙을 예방 차원에서 모두 안락사시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대공원을 찾아 방역 현장을 점검하고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관리 실태를 확인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봄에는 재개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AI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확답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뿔논병아리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발견돼 확산 방지를 이유로 출입이 통제된 성동구 도선장으로 통하는 한강 주변 길목은 이날 한산했다.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양수근 씨(72)는 “근처에서 AI 감염체가 발견됐다는 보도 후 평소보다 손님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자전거 동호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각 포털사이트 자전거 관련 카페에는 AI 관련 통제 지역을 비롯해 각종 정보를 알려주는 글이 대거 올라왔다. AI로 통제된 길로 자전거 출퇴근을 하던 사람들에게는 ‘직격탄’이라는 반응이다.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파리공원을 지나던 시민이 야생오리 폐사체 1점을 발견해 신고했다. 한강변뿐만 아니라 도심 공원에서도 AI 발견 우려가 커진 것이다. 서울시는 “이 야생오리 폐사체는 일반적인 폐사체일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2개월 사이에 90여 건의 폐사체가 발견돼 매번 검사를 의뢰했지만 AI 양성은 뿔논병아리 1건에서만 나왔다”고 설명했다. AI에 감염됐는지 확인하는 데는 5일에서 1주일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지현 isityou@donga.com·황성호 기자
#ai#대공원#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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