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세단 삼국지… “올해가 진짜 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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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르노삼성-한국GM 각축

봄과 함께 다시 시작될 중형 세단 전쟁, 승자는 누가 될까.

지난해 국산 승용차 시장에서는 드라마틱한 경쟁이 벌어졌다. 중형 세단의 변하지 않는 1위일 것 같았던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경쟁 모델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다. 반면 르노삼성자동차의 SM6는 중형과 준대형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공전의 히트를 쳤다. 한국GM 쉐보레 말리부는 이전의 답답했던 디자인을 벗어버리고 날렵한 모습으로 젊은층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SM6는 지난해 3월, 말리부는 4월 각각 새로운 얼굴로 출시된 신차였다. 반면 쏘나타는 2014년형 ‘옛날 디자인’이었다. 국산차 업계에서는 “진짜 승부는 신형 쏘나타가 출시되는 올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 신형 쏘나타, 승부수 통할까



현대차는 내달 쏘나타의 페이스 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그랜저IG의 캐스케이딩 그릴이 적용되는 등 외관 디자인이 대폭 바뀔 예정이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흡사한 외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 등 첨단 안전 편의품목도 새로 적용된다.

그간 여유 있게 국산차 1위를 지켜왔던 현대차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궁지에 몰렸다. 세 모델의 경쟁이 본격화된 지난해 5월 이후 판매량에서 쏘나타는 SM6, 말리부에 뒤처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12월 택시용과 액화석유가스(LPG) 모델 등을 제외한 순수 승용 중형 세단 판매량에서는 SM6(3만6783대)가 1위를 했다. 2위는 말리부(3만3665대)였다. 쏘나타는 2만8561대로 3위였다. 택시용과 LPG 모델을 더하면 쏘나타가 1위지만 일반 승용 고객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사실은 현대차에 뼈아프다. 이 때문에 경쟁 업체들은 현대차가 내놓을 신형 쏘나타를 주시하고 있다. 한 경쟁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올해는 SM6와 말리부가 구형 모델, 현대차의 쏘나타가 신형 모델로 맞붙기 때문에 아무래도 현대차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SM6, 인기 이어갈 동력 필요



지난해 SM6로 소비자들의 호평과 각종 상을 휩쓴 르노삼성은 다소 느긋한 분위기다. SM6는 올 뉴 말리부와 함께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2016 올해의 안전한 차’에 뽑혔다. 또 자동차전문기자협회가 올 초 뽑은 ‘2017 올해의 차’도 수상했다. 지난해 순수 승용 판매 부문에서도 같은 기간 쏘나타를 제치고 1위에 올랐으니 누릴 수 있는 영광은 다 누린 셈이다.

르노삼성은 올해도 인기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국토부가 6일 발표한 1월 연료 종류별 차량등록 통계에 따르면 디젤 부문에서 SM6(898대)는 쏘나타(150대)와 기아자동차 K5(105대)를 큰 차이로 제쳤다. 말리부는 디젤 모델이 없다. SM6가 디젤 중형 세단 시장의 78%를 장악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SM6가 지난해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계기나 마케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매량이 늘수록 거리에서 자주 보이고 ‘흔한 차’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 때문이다. 한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신형 쏘나타가 출시되면 기존의 SM6, 말리부의 디자인이 아무리 좋았어도 구식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변화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 말리부, 레간자 영광 재현?



한국GM도 말리부로 올해 기분 좋게 스타트를 끊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말리부는 총 3564대 팔려 쏘나타(3997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SM6는 3529대가 팔렸다. K5는 2004대가 팔려 경쟁에서 다소 뒤처진 모습이었다. 한국GM 관계자는 “말리부는 디젤 모델이 없어 가솔린 모델만으로 승부하는데도 이 정도 실적이 나온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1990년대 후반 한국GM의 전신 대우자동차 레간자가 쏘나타Ⅲ, EF 쏘나타와 경합을 벌이던 시절의 영광을 말리부가 재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디젤 모델에 대한 세계적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가솔린 전용 모델인 말리부가 경쟁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변수는 가격이다. 현재도 말리부는 동급 쏘나타에 비해 트림에 따라 130만∼140만 원 비싸다.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를 공격적인 저가 정책으로 들고 나오면 소비자들이 대거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세단#중형#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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