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월가 규제 완화’ 행정명령… 민주당 “금융위기 재발 위험”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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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 재무부, 120일내 개정안 마련해야
골드만삭스株 4% 넘게 급등… 일각 “트럼프측근 월가인사들 작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대마불사(大馬不死)’ 월가 금융회사를 규제하는 ‘도드-프랭크법’을 무력화하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에서 규제가 허물어지면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는 다른 주요국 금융규제의 틀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 도입한 광범위한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을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금융규제 완화 조치다.

 NYT에 따르면 이번 행정명령은 도드-프랭크법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모호하고 범위가 너무 넓다. 하지만 재무부에 주요 조항을 뜯어고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결국 금융사 규제가 완화되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내다봤다. 재무부와 금융당국은 120일 안에 도드-프랭크법을 개정할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당시 이 법이 금융사들의 사업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재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도드-프랭크법은 금융사들이 자본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채 고객 피해가 클 수 있는 파생상품을 과도하게 판매하지 않도록 마련한 안전장치다. 소비자 보호, 파생금융상품 거래 투명성, 금융지주회사 감독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3일 뉴욕 증시는 금융규제 완화 소식에 강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편입된 금융주는 2% 가까이 상승하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가 4% 넘는 급등세를 보였고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각각 3%와 2.5%가량 올랐다.

 반면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금융개혁을 위한 미국인들(AFR) 대표인 리사 도너는 “트럼프 행정부는 월가 거물인 골드만삭스에 유리하게 금융규제를 뒤집을 게 확실하다. 웰스파고 같은 대형 은행은 고객 돈을 쉽게 훔칠 것이고 경제는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융규제 완화가 트럼프 측근인 월가 인사들의 작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규제 폐지를 선언함으로써 트럼프 경제자문단 위원장이자 세계적 거물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창업자인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의 편에 섰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시로 조언하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후보자,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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