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라이징스타] (8) kt 정현 “하루 배팅볼 1000개 치던 마음가짐 그대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6일 05시 30분


정현은 2015시즌을 앞두고 20인 외 보호선수 특별지명을 통해 삼성에서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군 복무까지 마치고 kt에서 첫 시즌을 준비하는 그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포즈를 취한 정현.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정현은 2015시즌을 앞두고 20인 외 보호선수 특별지명을 통해 삼성에서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군 복무까지 마치고 kt에서 첫 시즌을 준비하는 그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포즈를 취한 정현.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붉은 닭띠의 해에 힘껏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스타들이 있다. 이제 막 재능의 꽃을 피워낸 여린 꽃송이지만 앞으로 KBO리그를 대표할 재목으로 꽃잎을 활짝 펼칠 라이징 스타들. 이들의 희망찬 날갯짓을 스포츠동아가 집중조명해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8번째 주인공은 지난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kt 내야를 책임질 새로운 활력소로 기대되는 정현(23)이다.
2013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정현은 입단 당시부터 크나큰 주목을 받았다. 부산고 시절 빼어난 타격능력과 흠잡을 데 없는 수비로 동기생들 가운데 최고의 내야수로 꼽혔기 때문이다. 정현은 데뷔 첫해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기대감을 현실화시키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1군 무대에서 정현이란 이름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됐고, 군 입대를 앞둔 2014년 11월엔 kt의 특별지명(팀별 보호선수 20인 외)까지 받아 유니폼마저 갈아입게 됐다. 지난 2년간 상무에서 절치부심하며 올해 잠재력을 만개할 준비를 마친 정현을 5일(한국시간) kt의 1차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미국 애리조나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만났다.

● “상무 2년은 정신적·기술적으로 성장한 시간”

-늦었지만 전역 축하한다.


“제대한 기분은 말로는 표현 못하겠다.(웃음) 그 무엇과도 못 바꿀 듯하다. 정말 기뻤다. 남들 군대는 빨리도 지나가던데 정작 내 시간은 잘 가지가 않더라.”

-전역 이후 어떻게 지냈나.

“2군에 합류해 계속 운동을 했다. 지난해 10월엔 U-23 월드컵대표팀에도 뽑혀 멕시코에 다녀왔다. 대회가 끝나고 나선 팀의 마무리캠프에 합류했다. 12월과 1월은 휴가였지만, 운동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처음으로 필라테스라는 운동을 접했는데, 근력과 유연성을 함께 기르는데 도움이 되더라. 생각해보니까 제대 후에 운동만 한 느낌이다.”

-상무 2년은 어떤 시간이었나.

“나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우선 1군에 진입해야한다는 스트레스가 없으니 심적으로 쫓기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여유 있게 몸을 만들고,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어떤 부분을 채워나갔나.

“근력을 많이 키웠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짬이 날 때마다 웨이트트레이닝에 시간을 쏟았다. 웨이트에 중점을 두니 몸도 불더라. 군대 가기 전까진 80㎏ 정도였는데, 제대하고 나니 87㎏가 됐다. 프로필 몸무게(81㎏)를 바꿀 때가 온 것 같다.”

-다른 선수들에게 들어보면 상무에서 기술적인 측면도 보완한다던데.

“2년 동안 내게 맞는 타격폼이 무엇인지 계속해 맞춰볼 수 있었다. 상무 이영수 코치님과 선배들의 도움으로 여러 타격폼을 접하는 기회가 됐다. 현재는 가장 잘 맞는 폼을 정해놓은 터라 여기에 맞는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런데 상무 입대를 앞두고 팀을 옮겨 마음 다잡기가 쉽지 않았을 듯하다.

“사실 며칠동안 믿기지가 않더라. 이적 당일(2014년 11월28일) 오전부터 내 스마트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자려고 해도 도무지 잘 수가 없어 확인해봤더니 위로 문자가 수십 통이 와있었다. 그때서야 ‘아 내가 팀을 옮기게 됐구나’라고 알 수 있었다. 친한 삼성 동료들도 진심으로 아쉬워해 나 역시 마음이 아팠지만, 마음을 다잡고 좋게 받아들였다.”

-상무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따로 있나.

“에피소드라…. 재미난 추억보단 씁쓸한 기억만 떠오른다. 입대 직전에 오른손바닥 유구골 제거수술을 받았다. 그래서 상무에 들어갈 때 고생을 조금 했다. 그리고 상무 2년차 스프링캠프를 앞두고는 장염에 걸려 혼쭐이 났다. 매번 새 시즌을 앞두고 쉽지가 않았다.”

2013년 모두의 기대를 받으며 프로 유니폼을 입은 kt 정현. 그가 이제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끝마쳤다. 그간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 하나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5일(한국시간) kt의 스프링캠프에서 수비연습에 한창인 정현. 사진제공 | kt
2013년 모두의 기대를 받으며 프로 유니폼을 입은 kt 정현. 그가 이제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끝마쳤다. 그간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 하나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5일(한국시간) kt의 스프링캠프에서 수비연습에 한창인 정현. 사진제공 | kt

● 친형 따라 공 잡았던 일곱살 야구소년

-야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시작은 친형이 먼저 했다. 형이 야구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야구가 하고 싶더라. 그래서 부모님 눈을 피해 야구하러 돌아다녔다. 하루는 내가 운동장에서 공을 치는 모습을 보고 초등학교 야구부 감독님이 입부를 권유하셨다. 우리 집까지 찾아오셔서 부모님을 설득해 결국 야구를 하게 됐다. 그런데 그때 내 나이가 일곱살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이었다.(웃음)”

-그 정도 실력이면 들어가자마자 두각을 나타냈을 듯한데.

“물론 바로 주전이 된 건 아니었다. 3년 정도가 지나고, 초등학교 4학년이 돼서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땐 투수도 하고, 유격수도 했다. 내 자랑을 조금 하면 그해 각종대회 개인상을 휩쓸었다.”

-부산고 시절 정현은 대단했다고 들었다.

“뭣도 모르고 야구를 하던 때였다. 다행히 타격과 수비에서 좋은 평가를 들었다. 물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름 중장거리 타자였는데 정작 본게임엔 홈런이 없어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동기생 가운데 손꼽히는 내야수 아니었나.

“부족한 부분은 연습으로 채웠다. 사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나름 성적이 났다. 한 시즌 동안 타율 3할3푼 정도는 쳤으니까. 그런데 첫해를 잘하고 난 다음에 방심을 했다. 2학년이 되니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더라. 그래서 고3 내내 하루 배팅볼 1000개를 쳤다. 무슨 일이 있지 않고서는 매일 거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쳤다.(웃음)”

-당시 노력이 프로 1라운드 지명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1라운드 지명은 기대하지도 못했다. 고3 전반기를 마치고 청소년대표 상비군에 뽑혔는데 크게 다친 일이 있었다. 내가 친 파울타구가 왼쪽 무릎을 강타했다. 그래서 후반기에 제대로 기량을 펼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스카우트분들께서 좋게 평가해주셔서 1라운드 지명이라는 영광을 얻었다.”

kt 정현. 사진제공|kt wiz
kt 정현. 사진제공|kt wiz

● “배팅볼 1000개 치던 마음가짐 잊지 않겠다”

-2013년 7월10일을 기억하는가.


“당연하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억한다. 그날 1군에 올라오자마자 선발(9번 유격수)로 나왔다. 그리고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어떻게 기억 못할 수가 있겠나. 그리고 또 하나. 당시 첫 안타 기념구를 놓고 선배님들께서 재밌는 추억도 만들어주셨다. 진갑용 선배님이 가짜 기념구를 주셨는데 정신이 없던 나는 그게 진짜인 줄 알고 챙기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이승엽 선배님께서 진짜 기념구를 건네주셨다. 직접 문구까지 새겨주신 채로 말이다.”

-신인이 프로 데뷔 첫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사실 프로 첫 타석에 들어서면 초구에 무조건 방망이를 돌리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당시 투수가 SK 윤희상 선배님이었는데, 내가 신인이니까 변화구를 던지실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슬라이더를 예상하고 무작정 돌렸는데 안타가 됐다.”

정현의 첫 안타 기념구.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정현의 첫 안타 기념구.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그런데 그 후 1군 무대에서 정현의 이름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첫 안타 이후에도 감은 계속 좋았다. 4일 연속 안타도 기록하고, 데뷔 4경기째엔 첫 홈런도 때려낼 정도로 타격감과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이후에 교체로 나가다보니 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상태였다. 첫해엔 1군에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버티는 일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제 진정한 kt맨이다. 공교롭게도 3루 포지션이 비어있다.

“1군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선 노력밖에 없다. 하나 다행인 점은 프로에 와서 포지션을 바꿨다는 사실이다. 프로 2년차 때 3루로 포지션을 전향했다. 수비 스타일상 유격수보다 3루가 낫다는 코치님들의 판단에서였다. 상무에서도 훗날을 대비해 1루부터 2루, 유격, 3루까지 골고루 연습했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kt 3루엔 정현 없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앞서 이야기한 ‘하루 배팅볼 1000개’, 그때 그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다.”

● kt 정현

▲생년월일=1994년 6월 1일
▲출신교=수영초∼대천중∼부산고
▲키·몸무게=181cm·867(우투우타)
▲프로 입단=2013년 신인드래프트 삼성 2차 1라운드(전체 8순위)
▲입단 계약금=1억5000만원
▲프로 경력=삼성(2013∼2014년)∼kt(2014년)∼상무(2014∼2016년)∼kt(2016년∼)
▲2017년 연봉=2800만원
▲2016시즌 퓨처스리그 성적=78경기 타율 0.289(173타수 50안타), 2홈런, 20타점, 38득점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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