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生의 마지막이라면… 어떤 죽음을 원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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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우에노 치즈코 지음·송경원 옮김/308쪽·1만6000원·어른의시간
◇죽음에 대하여/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지음/변진경 옮김/210쪽·1만2000원·돌베개

일본에서는 혼자 사는 사람도 집에서 생을 마칠 수 있는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오랜 기간 가정 임종을 실천한 이는 “신기하게도 혼자 사는 노인이 홀로 죽는 일은 별로 없다. 도우미나 친구가 왔을 때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숨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삶과 죽음’. 동아일보DB
일본에서는 혼자 사는 사람도 집에서 생을 마칠 수 있는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오랜 기간 가정 임종을 실천한 이는 “신기하게도 혼자 사는 노인이 홀로 죽는 일은 별로 없다. 도우미나 친구가 왔을 때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숨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삶과 죽음’. 동아일보DB
 생의 마지막 순간,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어디서 지낼 것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해 봤는가. 

 저서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로 유명한 사회학자인 우에노 치즈코 도쿄대 명예교수는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에서 1인 가구 증가로 홀로 죽음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누구나…’는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 ‘독신의 오후: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에 이은 싱글 3부작이다. 올해 6월 한국을 찾은 저자는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것도, 노인을 연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혹자는 ‘혼밥, 혼술에, 이제는 혼죽음이냐’고 탄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가정을 꾸렸더라도 이혼, 사별을 하거나 자녀가 독립하면 혼자 살 수밖에 없다.

 저자가 주목한 건 집이라는 일상의 공간이 가진 힘이다. 며칠 후 숨질 것이라는 선고를 받고 집으로 와 몇 달을 더 산 환자, 병원에서는 음식물을 못 삼켰지만 집에 와서 잘 먹는 할머니 등은 이 불가사의한 힘을 입증한다.

 죽음을 앞두고 홀로 생활하는 게 가능한지, 일본 곳곳을 조사한 저자의 결론은 ‘그렇다’이다. 이를 위해서는 혼자 생활하겠다는 의지와 24시간 간병과 진료가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히로시마 현의 소도시 오노미치 시는 ‘집은 병원, 도로는 복도, 병원은 너스스테이션(간호를 지휘하는 곳)’을 기치로 내걸고, 의사들은 정기적으로 노인의 집을 찾아 진료하고 긴급 상황 시 조치를 취한다. 식사, 목욕, 배변을 돕는 이들도 있다.

 지방의 빈집을 빌려 노인 주거 시설로 만든 후 노인 5명이 개별 방을 쓰도록 한 ‘홈 호스피스’도 확산되고 있다. 노인마다 케어매니저가 배치된다. 비용은 한 달에 15만 엔(약 162만 원) 정도다. 독거 치매 환자의 가방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달아 밖을 돌아다녀도 찾을 수 있게 조치한 곳도 있다. 이런 시스템은 왕진을 꺼리지 않는 의사들의 헌신이 있기에 가능하다. 전문적인 간병인과 자원봉사자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빠른 속도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한국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적지 않다.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모습은 삶을 곱씹어 보게 만들기도 한다. 어떻게 죽느냐는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말해 주기에. 침실 벽면에 고흐의 ‘밤의 테라스카페’를 가득 채워 놓고 여기저기 구멍을 뚫어 빛이 나오게 한 놀라운 작업을 완성하지 못하고 암으로 세상을 떠난 60대 전기배선공 남성, ‘원숭이가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 먹는 광경을 발견한 영장류 학자’가 자신임을 알아본 저자에게 진주 반지를 남기고 떠난 여성은 이들이 환자, 노인이기 이전에 하나의 역사를 지닌 존재임을 보여 준다.

 죽음을 맞는 지극히 현실적인 방법을 살펴본 후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싶다면 ‘죽음에 대하여’를 권한다. 프랑스 철학자인 저자(1903∼1985년)가 방송사와 대담한 내용을 정리한 이 책은 난해하지 않게 죽음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인간이 자신의 죽음은 1인칭, 가까운 이의 죽음은 2인칭, 타인의 죽음은 3인칭으로 두고 죽음을 타인의 것으로 취급하며 마주하기를 미룬다고 간파했다. 죽음을 3인칭으로 치부하는 건 삶을 지속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단다. 삶과 죽음을 시적으로 응축해 낸 그의 말은 몇 번이고 읽어 보게 한다.

 “어디로 가는지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은 삶을 한없이 소중한 것으로, 경이롭고 매우 신비로운 것으로 만들어 줍니다. 존재가 잠시나마 머물렀던 세계는 짧은 체류가 일어나지 않은 세계와는 돌이킬 수 없이, 그리고 영원히 다릅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우에노 치즈코#죽음에 대하여#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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