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일본 근대화의 뒤에는 조선 도자기가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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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자기 여행/조용준 지음/494쪽·1만8000원·도도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 이삼평은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인 1616년 규슈 아리타 지방의 이즈미 산에서 조선의 도자기와 같은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흙을 발견한다. 그는 시라카와 지방에 가마를 열고 도자기를 굽는다. 그 제조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도자기 마을 아리타의 시작이다. 이삼평은 오늘날 일본 도자기 종사자들이 ‘도자기의 신’으로 떠받드는 인물이다.

책은 일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규슈 지방의 7대 가마를 중심으로 조선 사기장들의 삶과 그들이 만든 도자기의 역사를 조명한다. 조선 사기장들은 처음에는 조선의 방식 그대로 도자기를 구웠지만 점차 일본 각지의 문화와 융합해 새로운 개성을 나타냈고, 규슈 지방의 가마는 고급 헌상 용품을 만드는 데 전문화됐다.

이삼평의 고향과 관련된 새로운 근거도 소개한다. 이삼평의 고향은 충남 공주설과 경남 김해설이 대립하고 있다. 저자는 이삼평이 일본에서 한동안 도자기를 만들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마에서 나온 사금파리와 공주 학봉리의 독특한 도자기인 철화분청이 거의 같다는 점을 들어 공주설에 힘을 싣는다.

도자기가 일본의 근대화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흥미롭다. 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삿초 동맹군이 막부군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배경에 도자기가 있다는 것. 사가 현은 도자기 수출로 막대한 자본을 축적하고 화력이 강한 암스트롱 대포와 최신식 함선을 삿초 동맹군에 지원했다.

저자는 기자 출신으로 유럽 15개국을 다니며 ‘유럽 도자기 여행’을 내놓은 도자기 전문가다. 이번에도 규슈 20여 개 도시의 거의 모든 도자기 마을을 샅샅이 뒤지며 판 발품이 책에 그대로 녹아 있다. 손수 찍은 도자기 사진들도 볼만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일본 도자기 여행#조용준#임진왜란#도공 이삼평#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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