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수능 모의평가 유출 학원강사, 현직교사에 3억 주고 문제 사들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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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교재용’ 문제당 3만∼5만원씩… 돈받은 교사는 동료 6,7명에 ‘하청’
9월 출제진에 6월 참여자는 배제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명 학원강사 이모 씨(48)가 5년여 전부터 현직 교사들에게 수억 원의 돈을 건네고 문제를 사들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이 씨는 2010년 이전부터 수년 동안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 박모 씨(53·구속)에게 계좌 입금 및 현금으로 3억 원가량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사 결과 박 씨는 이 씨로부터 받은 3억 원 가운데 수천만 원을 다른 교사 6, 7명에게 전달하고 나머지는 자신이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씨가 애초에 자신의 강의 교재에 수록할 문제를 만들어 달라고 박 씨에게 의뢰하면서 그 대가로 돈을 건넸고, 박 씨는 자신이 아는 다른 교사들에게 이 돈을 나눠주고 문제를 내게 한 뒤 이 씨에게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학원강사가 개인 강의에 쓸 문제를 현직 교사에게 의뢰하고 그 대가로 돈을 주는 행위가 법적 처벌 대상인지 검토하고 있다”며 “출제비는 문제당 3만∼5만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6월 모의평가 출제 내용을 박 씨에게 미리 알려준 교사 송모 씨(41) 외에 다른 교사가 문제를 사전 유출한 사실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조만간 이 씨의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6월 수능 모의평가 문항이 유출된 것과 관련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9월 모의평가 출제진을 구성할 때 6월 출제진은 전면 배제하기로 했다. 문제 유출이 있었던 국어뿐만 아니라 나머지 과목의 출제진도 모두 제외된다. 통상 모의평가 때마다 출제진은 대부분 새로 위촉되지만 일부는 겹치는 일도 있다.

평가원은 9월 모의평가 출제진을 대상으로 보안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11월 실시되는 수능에서도 모의평가 출제진을 배제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경찰에서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근본적인 보안 강화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도형 dodo@donga.com·김희균 기자
#교사#부정부패#학원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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