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진-서대웅 씨 “큰 상 받을수록 주변 사람들 배려하고 재능 더 갈고닦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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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 오성진-서대웅 씨 ‘후배 발명왕’에 조언

동아일보 1998년 7월 21일자 1면에 실린 오성진 씨의 전국과학발명품경진대회 대통령상 수상 소식(왼쪽)과 다음 해 7월 20일자 1면에 실린 서대웅 씨의 수상 소식. 동아일보DB
동아일보 1998년 7월 21일자 1면에 실린 오성진 씨의 전국과학발명품경진대회 대통령상 수상 소식(왼쪽)과 다음 해 7월 20일자 1면에 실린 서대웅 씨의 수상 소식. 동아일보DB
“유별난 천재를 경계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늘 겸손한 자세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아야 합니다.”

올해 제37회 대회를 치른 전국학생과학발명품대회는 1979년 1회 대회부터 수많은 과학발명 인재를 발굴해 냈다. 동아일보와 미래창조과학부(올해)가 주최하고 국립중앙과학관이 주관하고 한국야쿠르트가 30년 넘게 단독 후원해 온 이 대회를 통해 다양한 인재들이 과학자, 발명가의 꿈을 키우며 사회로 진출한 것. 훌륭한 과학발명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수상자들은 과학적 재능도 중요하지만 “과학적 성과는 한 사람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많은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 나오는 것”이라며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회(1998년) 대통령상 수상자인 오성진 씨(36)와 21회(1999년) 대통령상 수상자인 서대웅 씨(28)에게 이유를 들어봤다. 대회 당시 오 씨는 충북고 3학년, 서 씨는 전남 용호초 6학년이었다.

오 씨는 1998년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울림모드가 바뀌는 무선호출기(삐삐)’로 상을 받았다. 최근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중력센서가 내장돼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으면 자동으로 벨소리에서 매너모드로 전환되는 기능이 있는데 이를 약 17년 전 떠올려 적용시켰다. 서 씨는 전구를 사용하던 신호등에 발광다이오드를 적용시켜 몇 초 뒤 신호가 바뀌는지 보행자들이 알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이후 전국의 모든 신호등은 전구에서 발광다이오드로 바뀌고, 모래시계나 숫자로 신호 변경 시간도 알 수 있도록 변했다. 오 씨는 현재 반도체 설비 설계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서 씨는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캐나다 토론토로 유학을 떠나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선배 발명천재’ 격인 오 씨와 서 씨는 발명에 재능을 가진 우리나라 학생들이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과 사회의 변화가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씨는 “어린 나이에 대회에서 가장 큰 상을 받았는데 돌이켜보면 그때 주변의 선생님, 친구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며 “아무리 개인의 머리가 뛰어나도 직장에서 다른 사람과의 조화나 팀플레이가 없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서 씨는 “대회에서 수상하면 어린 나이에 주목과 칭찬을 받아 우쭐해지기 마련인데 스스로 이를 떨쳐버리고 겸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오 씨는 “수상자 출신에게는 대학도, 직장도 남다르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며 “성과를 내도 칭찬받기보다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는 핀잔을 듣곤 했다”고 말했다. 오 씨는 “남보다 창의적인 사고를 가졌다는 점에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흥미 있는 분야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정보를 접해야 기회가 왔을 때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발명품 대회에서 수상했던 순간이 인생에 가장 큰 변화를 맞은 시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발명품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고 해서 꼭 발명가가 되란 법은 없다”며 “외국에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도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발명왕#전국학생과학발명품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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