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혀도 부품교체’?…수입-국산 고가車 자차보험료 오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8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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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서울 여의도에서 시가 20억 원짜리 람보르기니가 EF쏘나타 택시 뒷범퍼를 들이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과실비율은 람보르기니 90%, 택시 10%였다. 문제는 수리비였다. 쏘나타 수리비는 190만 원이 나왔는데 람보르기니 수비리는 7억2000만 원이나 됐다. 게다가 람보르기니 운전자는 하루 렌트비 350만 원인 같은 급의 외제차를 빌릴 수 있었다. 과실은 람보르기니가 훨씬 큰데 택시 운전자가 수리비와 렌트비의 10%인 7235만 원을 부담해야 했다. 반면 람보르기니는 택시 수리비의 90%인 171만 원을 부담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고가 수입차의 비싼 수리비와 렌트비가 국산차 운전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 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살짝 긁힌 범퍼는 보험으로 교체할 수 없다. 고가의 수입차에 대해서는 같은 종류의 차량 대신 배기량과 연식이 유사한 국산차를 렌트해주면 된다. 고가 차량의 자차(自車·자기차량손해담보) 보험료도 최고 15% 인상된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가차량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경미한 사고에도 무조건 차 부품을 교환하는 관행부터 바꾸기로 했다. 2008년 4월~2013년 말 발생한 사고의 범퍼 교체율이 70.1%에 이르는 등 긁히거나 살짝 찍힌 정도의 가벼운 접촉 사고에도 범퍼를 교체하는 경우가 잦아 수리비 부담을 높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연말까지 ‘경미한 사고 수리기준’을 만들고 내년에 이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반영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범퍼 사고의 정도를 여러 등급으로 나눠 완전히 파손된 최고등급일 경우 교체가 가능하도록 하되 약간의 스크래치가 발생한 낮은 등급이면 도장만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차량 렌트에 대한 약관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노후한 수입차라도 수리 기간 중에 동종의 외제차를 빌려줬다. 앞으로는 배기량이나 연식이 유사한 국산차량을 빌려주는 것이 가능해진다. BMW 520d(하루 렌트비 29만 원)의 수리기간 중 배기량이 비슷한 쏘나타 차량(하루 렌트비 11만 원)이 제공된다는 뜻이다.

국산 및 수입 고가차량의 자차 보험료도 인상된다. 차종별 수리비가 평균 수리비의 120%를 넘어가는 국산차 22종과 외제차 40종에 대해 단계별로 3~15%까지 할증 요율을 물릴 방침이다. 15% 인상되는 차량은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도요타 캠리 등 수입차 38종과 현대 에쿠스, 제네시스 쿠페 등 국산차 8종이다. 이에 따라 많게는 10만 원 상당의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43세 이상, 가입경력 7년 이상의 피보험자 1인 기준, 시가 약 1억 원의 BMW 520D 차량은 보험료가 현재 67만5620원에서 77만6960원으로 10만 원 가량 비싸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이번 방안은 고가차량 사고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과 일반 차량에 전가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연간 2000억원 가량의 보험금 손실이 줄어 보험료 인상 압박과 일반 운전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외제차 한대 당 연간 평균 수리비는 276만 원으로 국산차(94만 원)의 2.9배이며 연간 평균 렌트비 역시 131만 원으로 국산차(40만 원)의 3.3배나 된다. 고가 외제차의 과다한 수리·렌트비 비용이 국산차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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