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의사당 숙식’ 美하원의장의 국민 소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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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요즘 미국 의회는 미국 정치에서 ‘40대 기수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폴 라이언 신임 하원의장 띄우기에 한창이다.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권력서열 3위인 그가 “공화당에 정책 비전이 없다”고 한 취임 일성은 CNN을 틀면 반복해서 나온다. 최근 그에 관한 언론보도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밤에 집에 가지 않고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잔다는 것이었다.

하원의장 집무실은 별도로 제공된다. 그것도 내실(內室)이 딸린 제법 호화로운 집무실이다. 하지만 라이언 의장은 이를 마다하고 자신이 사용해 온 ‘롱워스 하우스’ 의원회관 내 사무실을 취임 후 그대로 쓰고 있다. 밤에는 퇴근도 하지 않고 간이침대에서 자면서 말이다. 평일에는 사무실에서 자고 주말엔 지역구인 위스콘신 주 제인즈빌로 돌아가 가족과 지내는 일상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며칠 전 가 본 그의 집무실은 안내 데스크 한쪽엔 보좌진 사무실, 다른 한쪽엔 3∼4평 규모의 의원 사무실이 있었는데 간이침대는 그 안에 있었다. 라이언 의장이 24시간 사무실에 머물며 간이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하원의장실이 언론에 ‘흘렸다’는 게 정설이다.

사실 미 의회에서는 라이언 의장처럼 사무실에서 잠자며 일하는 의원이 많다. 1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435명의 하원의원 중 50명 정도가 간이침대 신세를 지고 있다. 이는 ‘일 중독’이라기보다 살인적인 워싱턴 집값 탓도 크다.

하지만 하원의장실이 언론을 통해 이런 것을 알리는 과정을 보며 느낀 것은 남들도 다 하는 것을 자기만 하는 것처럼 포장한다기보다 ‘홍보 쇼’를 해서라도 국민의 신뢰를 얻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노회한 중진들이 맡던 하원의장 역할 모델을 라이언 의장이 바꿀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정치 혐오를 줄여 보려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엇비슷한데 이에 대처하는 자세는 천지차이 같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美하원의장#의사당 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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