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슈틸리케’처럼…미얀마에 희망 준 자이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5시 45분


한국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미얀마축구대표팀 자이스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한국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미얀마축구대표팀 자이스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 닮은꼴 다른 길 두 감독

2014년 한국축구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무기력한 모습으로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 체제에서 국가대표팀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1월 2015호주아시안컵 준우승과 8월 2015동아시안컵 우승에 이어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도 파죽지세다.

대표팀은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미얀마와 아시아 2차 예선 G조 5차전 홈경기를 치렀다. 한 수 아래의 미얀마지만, 한때는 아시아의 강호였다. ‘버마’라는 국명으로 2차례 아시안게임 금메달(1966·1970년)을 목에 걸었다. 이번 예선에서 양국이 마주치기 전에는 5차례나 한국을 꺾었다.

물론 이는 오래 전의 기억일 뿐이다. 지금의 미얀마는 강호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항상 어지럽고 불안정한 정세로 축구 등 스포츠 발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래도 최근 들어 조금씩 발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미얀마는 큰 이정표를 썼다. 한국마저 탈락한 뉴질랜드 U-20(20세 이하) 월드컵 본선을 밟으며 내일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5년여 전부터 미얀마 유소년들을 지도해온 게르트 자이스(63·독일) 감독의 공로가 컸다. 이번에 미얀마 선수단을 이끌고 방한한 이가 바로 자이스 감독이다.

헤르타 베를린, 코트부스(이상 독일) 스카우트로 활동했던 자이스 감독은 U-20 월드컵 본선 진출로 미얀마의 향후 20년 대계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민 영웅’이다. 6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2차 예선 G조 1차전 중립경기(2-0 한국 승) 당시 미얀마 사령탑은 라도이코 아브라모비치(세르비아)였지만, 지난달 자이스 감독과 바통을 터치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새로운 꿈을 꾸는 한국처럼 미얀마도 독일축구의 영향을 받으며 한 걸음 도약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재미있게도 자이스 감독의 철학도 슈틸리케 감독과 비슷하다. 앞서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에서 축구가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됐으면 한다. 사석에서 사람들이 사회·정치뿐 아니라 축구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는데, 자이스 감독도 “이곳(미얀마)에서 축구가 사람들의 마음에 서서히 다가서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혀 다른 선수 구성과 환경, 인프라를 지닌 양국이지만 ‘내일의 발전’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만큼은 다르지 않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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