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총선 5개월 남았는데…” 부울경 출판기념회 봇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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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얼마나 많은 출판기념회가 이어질지….”

내년 4월 치러지는 20대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출마 예정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잇따르자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경조사가 많은 시기에 ‘지출 요인’이 더해진 까닭이다. 경남지역 한 건설업체 대표는 “그냥 모른 체하기도 그렇고 소액을 넣기도 찜찜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 정치 지망생들의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고 있다. 과거에는 출판기념회 금지 법정시한인 선거일 전 90일(공직선거법 103조) 부근에 몰리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서두르는 분위기다.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 실시 가능성을 의식한 행보다.

이는 10여 건의 행사가 열렸거나 예정된 경남지역에서 두드러진다. 8일 오후 2시 경남 사천시 삼천포실내체육관에서는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54)이 자신의 삶을 기록한 ‘하늘의 북극성, 세상 속에 서천호’라는 책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사천-남해-하동 선거구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희망하는 그는 오래전부터 지역을 누비고 있다.

창원 의창 출마를 준비 중인 이래호 전 경남개발공사 관광사업본부장(53)은 지난달 28일 창원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오인보와 화서촌’이라는 서적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중국 전문가인 그는 중국 최고의 부자마을을 만든 우런바오(吳仁寶) 서기를 소개하고 있다. 같은 선거구의 장동화 경남도의원(52)은 내년 초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다.

홍준표 경남지사 측근인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50)는 지난달 23일 산문집 ‘민생탐방기 1’을 펴내고 창원문성대 실내체육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18대 국회의원, 경남지사 정무특보 등을 지낸 그는 의령-함안-합천 선거구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홍 지사를 3년 가까이 보좌하고 있는 윤한홍 경남도 행정부지사(53)는 다음 달 19일 오후 3시 경남MBC홀에서 ‘윤한홍, 꿈을 엮다’라는 책 출판기념회를 연다. 창원 마산회원에서 마산고 선배인 안홍준 현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기 위해서다.

마산합포 출마를 준비 중인 정규헌 경남스쿼시연맹 회장(50)은 27일 오후 7시 경남MBC홀에서 북콘서트를 갖는 등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에서는 김문찬 울산대 의대 교수(54)가 9월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라는 시사칼럼집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울주에서 여당 공천을 노리고 있다. 다른 출마 예정자들도 행사를 준비 중이다.

단순한 자서전보다 전문성 있는 책을 펴내는 정치인도 눈에 띈다. 배준현 새정치민주연합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42)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레닌 전집 일부를 번역한 ‘국가와 혁명’ 출판기념회를 지난달 21일 수영구청 대강당에서 열었다. 부산 중-동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희망하는 한선심 전일의료재단 이사장(52)은 ‘나는 싸나톨로지스트다’라는 책으로 12일 오후 3시 부산일보 10층 대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죽음교육 전문가’로서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치인이나 정치 지망생의 출판기념회와 관련해서는 찬반 논란이 분분하다. 인원 동원을 통한 세력 과시,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창구 등 부정적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견해도 있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현역 의원들은 특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출판기념회를 자제하고 그 대신 정책토론회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훈 manman@donga.com·조용휘·정재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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