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인적 끊긴 흉물이 삼청동 명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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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 개관 2돌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에 있던 옛 매점 건물(위쪽). 손님들의 발길이 줄면서 문을 닫아 폐가처럼 방치됐지만 그 대신 이 자리에 작은 도서관이 생겨 동네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북촌인심협동조합 제공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에 있던 옛 매점 건물(위쪽). 손님들의 발길이 줄면서 문을 닫아 폐가처럼 방치됐지만 그 대신 이 자리에 작은 도서관이 생겨 동네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북촌인심협동조합 제공
서울 종로구 삼청동은 북촌(北村) 관광의 중심지다. 북쪽 끝으로 뻗은 ‘삼청동길’을 따라 10분 정도 쭉 올라가면 울창한 숲이 매력적인 삼청공원이 나온다. 이 공원 한가운데 자작나무 기둥과 작은 흑(黑)벽돌을 오밀조밀 쌓아 올린 아담한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종로구가 열세 번째로 만든 작은 도서관인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 햇살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테라스와 아늑한 원목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도서관이다. 하지만 원래 이 도서관은 지금처럼 매력 넘치는 장소가 결코 아니었다.

지난달 28일 오전 도서관에서 소설 읽기 수업을 진행하던 정정아 북촌인심조합 대표(54)는 “말도 못 하게 음침했죠. 솔직히 다시 오기 싫은 곳이었어요”라며 도서관의 옛 모습을 회상했다. 원래 이 장소는 삼청공원의 매점이 있던 곳이었다. 평소 관광객이 늘 붐비는 삼청동이지만 궁벽(窮僻·후미져서 으슥함)한 곳에 있는 탓에 매점은 장사가 잘되지 않았다.

결국 주인이 가게를 비웠고 오랜 세월 방치된 건물은 ‘흉가’로 변해갔다. 근처 주민들조차 가까이 오길 꺼렸다. 고심하던 종로구는 결국 매점 건물을 헐고 2013년 10월 이 터(206.2m²)에 도서관을 만들었다. 자연과학과 생태학 위주로 6000권의 책을 확보했다. 북유럽산 원목 열람석 30개도 갖다 놓아 도서관 구색을 맞췄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정 대표는 “숲속 도서관은 잘 가꾼 마을 공동체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매우 훌륭한 사례”라고 자부했다. 종로구는 도서관 운영권을 삼청동, 원서동 등 북촌주민 18명이 주축이 된 자립형 마을 공동체 ‘북촌인심협동조합’에 맡겼다. 외부인을 고용하지 않고 조합원들이 직접 주중, 주말 교대근무를 하다 보니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조합원들의 주인의식이 뒷받침되면서 ‘도서관이 깨끗하고 참 좋더라’는 입소문이 널리 퍼졌다. 그 결과 주말에는 200∼300명이 찾아와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삼청동에서도 이름난 명소가 됐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은 도시 재생을 잘하면 마을 전체 분위기와 경제도 살아난다는 걸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 대표를 비롯한 조합원 18명은 저마다 교사, 사서, 회계사 등 직업이 있었지만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며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들이다. 하지만 마을 도서관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일자리 창출효과’가 났다. 정 대표는 “구연동화, 시 창작, 세밀화 그리기 등 지금 운영 중인 34개 프로그램을 더욱 업그레이드하고 자연과학 도서를 더 들여와 우리 동네의 지식 보물창고 역할과 쉼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서울#삼청동#삼청공원#숲속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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