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대기업 자율 구조조정 뒤엔 ‘중국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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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석유화학 공장을 대규모로 지어 공급과잉 상태가 됐다. 향후 불황이 오면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서 매각을 결정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5일 화학 계열사 3사(삼성SDI 케미칼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를 롯데그룹에 매각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삼성을 필두로 한국 재계가 나서고 있는 자율 구조조정의 배경에는 ‘중국 공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한국의 주력 산업을 위협하는 수준이 되자 재계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화학 3사를 인수한 롯데케미칼 측도 “삼성 화학 계열사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중국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이지만 중국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인수’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이 한국 시장에 ‘쓰나미’처럼 밀려오자 국내 철강업체들은 주력 생산 품목을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8월 포항 후판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그 대신 후판을 이용해 고급 강종을 생산하는 당진 공장을 증설해 차별화하기로 했다.

조선업계도 중소형사 위주로 중국발 충격에 휩싸여 있다. 중국 기업들이 벌크선과 소규모 컨테이너선 위주로 생산을 확대하면서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한조선 등 한국 중소형 선박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중소 조선업체들은 매각이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구조조정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포로 인한 산업계 구조조정은 앞으로 더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연구원은 6월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는 중국’ 보고서에서 “양국의 산업 발전 방향이 거의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5월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며 10대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 융합 제품, 지능형 소재 부품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전략산업이 한국의 제조업 전략과 대부분 겹친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제조업이 한국 산업 전반을 위협할 정도로 커지면서 기업들이 전례가 없던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이제 가장 잘하는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최예나 기자
#중국#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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