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비만?”… ‘BMI’ 기준 믿어도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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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I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한 여성이 체질량지수(BMI)를 측정받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BMI 25 이상일 때 비만이라고 판정하는 현재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DB
한 여성이 체질량지수(BMI)를 측정받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BMI 25 이상일 때 비만이라고 판정하는 현재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DB
회사원인 송모 씨(27)는 한 달 전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를 재보고는 깜짝 놀랐다. 몸무게가 최근 많이 늘었다고는 생각했지만 ‘비만’이라는 진단을 받게 될 줄은 몰랐던 것. 키가 178cm인 송 씨는 몸무게가 80kg이라도 외관상 전혀 뚱뚱해 보이지 않았지만 BMI 측정 결과 25.25였다. 아시아인은 BMI가 25가 넘으면 비만으로 판정되고 송 씨도 이에 해당했다.

○ 한국인 비만 기준 너무 엄격

BMI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판정되는 현재의 기준은 과연 적정한 것일까. 이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인은 BMI 18.5∼22.9가 적정, 23∼24.9는 과체중, 25 이상부터 비만으로 판정된다. 반면 서구인은 BMI가 30 이상일 때부터 비만으로 판정된다. 199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준을 정할 때 서구인들의 데이터로만 BMI 30 이상일 때 비만이라는 기준을 정했다. 이 기준이 2000년에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 적용될 때 아시아인은 BMI가 낮아도 당뇨병 등 다른 질병이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BMI 25 이상일 때 비만 판정이 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뚱뚱한 사람들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이 오히려 성인 남성의 비만율은 더 낮다. 조정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서구와 아시아의 각기 다른 BMI 기준을 적용했을 때 미국인의 비만율은 성인 남성의 경우 35.5%였지만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비만율은 38.7%에 달했다.

○ “27∼28 정도로 비만 기준 완화 필요”

BMI가 25 이상이더라도 건강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2011년 서울대병원에서 아시아인 114만 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해 봤더니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인들은 BMI가 22.6∼27.5일 경우에 비만과 관련한 질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BMI 기준상으로 다소 비만이더라도 수명에는 문제가 없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BMI가 25 이상인 사람이 그 이하인 사람보다 오히려 심근경색이 발생할 확률이 더 작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던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를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2011년 BMI 기준을 조정했다.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판정하던 것에서 남성은 27.7 이상일 때, 여성은 26.1 이상일 때 비만 판정을 받도록 했다.

BMI 자체가 비만도를 측정하는 데 과학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BMI가 근육과 지방의 양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체중만으로 비만도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당뇨와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내장지방이 얼마나 있는지가 반영되지 않는 점도 BMI의 한계로 거론된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교수는 “BMI 기준이 너무 낮게 돼 있고, 그 기준을 만들 때 우리나라 자료를 토대로 하지 않아 우리나라 사정에 맞는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망률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보면 27∼28 정도로 BMI 비만 기준을 높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비만#bmi#체질량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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