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서 발굴 매머드 화석은 인류 뿌리 추적할 열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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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팀, 러시아 영구동토 탐사 결과 첫 공개

러시아 사하공화국 영구동토에서 매머드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한양대 연구진. 연구 책임자인 배기동 교수(윗줄 가운데)가 현지 과학자들과 발굴 과정을 논의하고 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제공
러시아 사하공화국 영구동토에서 매머드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한양대 연구진. 연구 책임자인 배기동 교수(윗줄 가운데)가 현지 과학자들과 발굴 과정을 논의하고 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제공
러시아 전체 면적의 5분의 1에 이르는 광대한 땅을 갖고 있으며, 석탄과 천연가스, 다이아몬드 등 각종 광물 자원이 풍부한 자원 부국(富國)인 사하공화국. 사하공화국의 북쪽, 그중에서도 지구상에서 인간이 거주하는 가장 북쪽 마을로 알려진 카자치에와 무스카야 일대에는 일 년 내내 얼어 있는 영구동토(凍土)가 있다. 이곳은 비행기를 3번 갈아탄 뒤 고무보트로 6시간 이상 가야 하는 지구의 최북단 오지다.

8월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팀은 이곳을 찾았다. 영구동토에 묻힌 매머드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의 조명신 연구원은 “공룡을 비롯한 고대 생물은 대부분 인류가 존재하기 전에 멸종했지만 매머드는 인간과 동시대에 살았다”며 “인간이 매머드를 사냥해 식량으로 삼기도 한 만큼 매머드 연구를 통해 인류의 뿌리를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달 17일 인천 부두에 정박한 쇄빙선 ‘아라온호’에서 열린 대한극지의학회 정기 총회에서 매머드 탐사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영구동토는 두께가 수 m에서 최대 1.5km에 이른다. 동토층의 대부분은 빙하기에 형성돼 1만 년 이상 된 고대 생물의 화석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인류에겐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는 ‘타임캡슐’인 셈이다.

배 교수팀은 러시아와 프랑스, 네덜란드 등 국제 공동 조사단과 함께 매머드 발굴 작업을 벌였다. 5, 6층의 계단으로 지층을 파내고 10여 m 깊이에서 매머드의 흔적을 찾았다. 그 결과 매머드의 다리뼈와 코뿔소를 닮은 고대 동물인 ‘리노세로스 시베리아(Rhinoceros siberia)’의 뼈를 새롭게 발견했다. 여기서 발굴된 화석은 현재 사하공화국 북동연방대 매머드박물관에 있는 영하 80도 냉동고에 보관돼 있다.

연구진은 매머드와 인간의 유전자를 비교하기 위해 매머드박물관에 보관 중인 매머드 사체에서 체모 일부를 받아 왔다. 여기서 DNA를 추출해 유전자를 분석한 뒤 매머드를 복원할 계획이다. 빙하기 이전 매머드의 외형과 생활상을 통해 당시 인류가 어느 지역에 거주했는지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머드는 현생 코끼리와 유전자 차이가 0.2%에 불과해 외형이 흡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머드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 복잡한 복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코끼리의 유전자를 일부 조작하는 방식으로 매머드를 복원할 수 있다.

연구진은 매머드와 사하공화국 야쿠츠크 현지 주민의 유전적 연관성도 조사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러시아 현지 연구진의 도움을 받아 야쿠츠크 주민 20명의 머리카락을 가져왔다. 배 교수는 “인간과 매머드는 서로 종은 다르지만 동일한 진화적인 특징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시베리아#매머드#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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