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3조’ 몸집 불리고… 차별화 나서고… 증권사 생존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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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증시 불안에 수익 악화 우려… 미래에셋-신한금투 등 증자 추진
자기자본금 늘려 IB 진입 사활… 중소형 업체는 자산관리 등 집중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신한금융투자가 증자를 추진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요즘 중대형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가 한창이다. 활황세를 보였던 상반기(1∼6월)와 달리 하반기(7∼12월)에 증시 업황이 나빠 수익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자기자본금을 3조 원 이상으로 늘리려는 중대형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 자본금이 3조 원 이상이 되면 투자은행(IB·종합금융투자사업자) 업무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자기자본 2조4334억 원인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중 5000억∼60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신한금융지주에 증자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으나 증자를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대형사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증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IB 업무 자격을 갖추면 기존 증권사 업무 이외에 기업 대출, 비상장 증권 직접 거래,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증권 대여, 재산 보관, 헤지펀드 전담 중개업), 일반 및 기업 신용 공여 등의 사업을 추가로 할 수 있다. 현재 IB 업무 허가를 받은 업체는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곳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자기자본 2조4476억 원인 미래에셋증권도 1조2000억 원대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입을 노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증자 목표가 KDB대우증권 인수 자금 마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미래에셋 측은 “반드시 대우증권 인수만 바라본다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기 자본금 확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태도다. 금융투자업계 8, 9위인 하나금융투자(1조7169억 원)와 대신증권(1조6554억 원)도 증자를 검토했으나 당장은 어려운 것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입을 노리는 것은 브로커리지 영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기업금융 부문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새로운 수익 사업에 대한 진출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인터넷 거래 등의 확대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증권사 간 수수료 무료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업금융도 큰 수익원이 못 된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상위 5대 증권사의 기업금융 수익률은 1.1%에 불과하고, 기업공개(IPO) 수수료도 평균 1∼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대형 증권사가 증자를 하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금융 당국의 레버리지 비율(총자산을 총자본으로 나눈 값)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몸집 불리기의 큰 요인이라고 본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대형 증권사들이 증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에는 규제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여기다 대형 IB 요건에 빨리 도달할수록 미래 먹을거리도 만들 수 있어 더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형 증권사들은 차별화 전략으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산 관리를 특장점으로 내세우는 신영증권은 부동산, 절세, 주식 거래 상담을 동시에 제공하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중국 투자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특화된 능력이 없이 브로커리지에 의지하는 중소형 증권사는 증시가 불황에 빠지면 위험해지기 때문에 차별화된 영업 전략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투자은행#증권사#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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