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민동용]관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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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용 정치부 차장
민동용 정치부 차장
새정치민주연합은 18일 사진집 ‘국민과 함께, 민주 60’을 펴냈다. 1955년 민주당의 창당을 뿌리로 보고 올해가 60주년이라며 그간의 주요 사건을 사진으로 묶었다고 한다. 이 책을 본 소감은 “뿌리를 강조하다 보니 순혈주의로 흐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뿌리’라는 원칙에 집착하다 보니 줄기만 도드라지고 풍성했던 가지는 너무 많이 쳐 낸 것 같다.

먼저 정동영 전 의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이 당의 전신 중 하나인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였다. 비록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538만 표 차로 패하긴 했지만 당 60년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탈당했기 때문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다음으로 김종필 전 국무총리(JP)가 보이지 않는다. 새정치연합의 60년사는 집권이 없었다면 볼품없는 일개 정당사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 첫 번째 집권을 가져다 준 결정적 인물이 JP다. 1997년 DJP연합을 빼놓고 김대중 대통령(DJ)의 당선을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정몽준 전 의원도 없다. 2002년 대선에서 이 당에 두 번째 집권을 선물한 한 축이 정 전 의원이다. 비록 대선 전날 밤 지지를 철회하긴 했지만 정 전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큰 힘이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 책을 제작한 사람들이 간과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모른 체 한 것은 DJ의 유연성이다. DJ는 오히려 민주당을 두 번이나 깨고 나갔다. 1987년 김영삼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단일화가 여의치 않자 통일민주당을 나가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다. 1995년에는 2년여 만에 정계복귀를 하자마자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내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당시 민주당의 법통은 DJ에게 없었다.

그럼에도 DJ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욕망과 호남의 굳건한 지지,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으로 정권을 잡았다. 이는 2002년 노 대통령 당선의 토대였다.

DJ는 자서전에서 “(목포상업고등학교 3학년 때) 원칙의 고수와 유연성의 활용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문제… 나는 일생 동안 그 가르침을 새겼다”고 말했다. 서생의 문제의식, 상인의 현실감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사진집에 새정치연합의 현재가 그대로 투영된다.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나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혁신 실패” 주장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지지층을 향해서만 들어 달라고 외친다는 점이다. 다른 당원들, 더 나아가 국민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관견(管見)’이라는 말이 있다. ‘장자(莊子)’ 추수(秋水)편에 나오는데 ‘붓 대롱을 통해 하늘을 본다’는 뜻이다. 가는 붓 대롱 속 하늘은 좁기만 하다. 대롱을 통해 보이는 지지층은 아무리 많아 보여도 큰 뜻을 도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관견을 아무리 넓혀 봤자 48%가 한계라는 사실은 2012년 대선에서 이미 깨닫지 않았는가.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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