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유럽에서 본 ‘최신’과 ‘최상’ 콘서트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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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하모니 드 파리
필하모니 드 파리
유럽에서 가장 ‘싱싱한’ 콘서트홀과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콘서트홀, 두 곳을 보고 왔습니다. 올해 1월 개관한 프랑스 파리의 ‘필하모니 드 파리’와 1888년 개관 이래 ‘세계 최고 음향의 공연장’으로 명성을 자랑하고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헤바우’입니다.

14일에는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이 악단 음악감독인 마이클 틸슨 토머스의 내불(內佛)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연주곡은 말러 교향곡 1번과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이 악단의 유럽투어 일환으로 펼쳐진 공연이었습니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필하모니 드 파리는 ‘찌그러진 식빵’ 같은 불규칙한 실내 곡선과, 무대에서 가장 먼 객석까지의 거리가 38m에 불과하다는 효율적인 배치가 특색입니다.

가장 큰 관심사인 소리는? 최신 음향이론이 적용된 이 공간의 음향은 한마디로 ‘잘 조정된 소리’로 들렸습니다. 공연장 음향은 어떤 정밀한 설계를 적용해도 막상 뚜껑을 열기까지는 예상이 불가능한 ‘복잡계 과학’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필하모니 드 파리의 음향은 고음역이 세부까지 정밀하게 잘 들리면서도 윤택했습니다. 2400명이나 수용하는 공간으로서는 음량도 크게 전달됐습니다.

17일에는 콘세르트헤바우에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연주로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와 야니너 얀선이 협연한 버르토크 바이올린협주곡 1번을 감상했습니다. 13년 만에 찾아온 장소이고 앉은 자리도 정반대였지만 느낌은 예전과 같았습니다. 넓은 고급차에 앉은 듯한, 특히 타악기를 비롯한 중저음의 안락함이 과하지 않게 온몸을 감싸는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서울에도 관현악 연주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콘서트홀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잠실 제2롯데월드 내 롯데홀이 원래 이달 문을 열 계획이었다가 개장 연기라는 곡절을 겪었으나 내년에는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며, 서울시향 전용 연주홀 계획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서양음악의 꽃으로 꼽히는 관현악을 더 고급스럽게 느끼게 해줄 새 공간들이 품격과 실용성을 갖춘 장소로 널리 사랑받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필하모니 드 파리#콘세르트헤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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