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차털이 4분’ 시골도로 성묘객 차량만 노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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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를 간 성묘객 차량은 빈차털이에 제격이었다?’

5일 오전 10시경 전남 영암군 금천면의 한적한 도로. 흰색 1t트럭이 도로변에 주차 된 빈 승용차 근처에서 멈췄다. 트럭에서 내린 남성은 주변을 살펴보더니 차 조수석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승용차로 다가갔다.

남성은 승용차 앞쪽 조수석 유리창에 드라이버를 밀어 넣었다. 그 순간 승용차 유리창이 ‘꽝’하는 소리를 내며 깨졌다. 유리창이 파손되면서 굉음이 났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 승용차에서 현금 30만원 과 명품 가방 등을 챙겨 달아났다. 인적이 드문 시골도로에서 벌어진 빈차털이는 4분 만에 끝났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성묘객 차량만 골라 턴 혐의(절도)로 조모 씨(66)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문 씨는 지난달 9일부터 한 달 동안 충남 보령, 전북 장수, 전남 순천·보성·장흥·영암에서 한적한 시골도로에 세워진 성묘객 차량 11대를 털어 7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 승용차에 설치된 블랙박스에 찍힌 차량모습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문 씨를 검거했다.

경기도에 사는 문 씨는 1t트럭을 몰고 전국을 돌며 성묘객 빈차만 털었다. 그는 추석을 앞두고 성묘객들은 시골도로에 차량을 주차한 뒤 인근 선산으로 올라가 벌초를 하기 때문에 범행 시간이 넉넉하다는 점을 노렸다. 그는 성묘객들이 작업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지갑이 든 옷, 가방을 차량에 놔두고 벌초하러 간다는 사실도 노렸다.

조 씨는 경찰에서 “성묘객들이 고향을 방문해 현금을 많이 소지하고 있는데다 외진 곳에 승용차를 주차하기 때문에 범행 대상에 적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성묘객들이 선산에 벌초를 하려갈 때는 차량에 귀중품을 놓고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암=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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