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黨창건일 훌륭한 선물 마련”… 미사일 도발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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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3일 북-중 접경지역인 신의주의 측정계기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3일 북-중 접경지역인 신의주의 측정계기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3일 신의주의 군수공장을 찾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에 주는 “훌륭한 선물을 마련했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핵·미사일 개발 핵심 간부들이 동행했다.

김정은의 군수공장 방문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날 한중 정상회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향해 “장거리 미사일을 쏘지 말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군 당국은 10월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김정은은 신의주 측정계기공장을 방문해 “세계적인 수준의 최첨단 측정계기를 개발했다는 보고를 받고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공장에서 당 중앙(김정은)이 제일 관심 있는 문제 중 하나를 풀었다. 당 창건 70돌에 드리는 훌륭한 선물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측정계기가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이 공장이 군수품 공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행자가 김춘섭 당 군수공업담당 비서, 조춘룡 제2경제(군수산업) 위원장, 홍영칠 당 기계공업부(군수 전담) 부부장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모두 핵·미사일 개발 핵심 엘리트들이다.

김춘섭과 조춘룡은 최고권력 기관인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홍영칠도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인물로 4월 김정은의 미사일 부품공장 시찰에 동행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의 이번 행보가 미사일 기술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4일 “이 공장이 민수품도 함께 만들기 때문에 측정계기가 무엇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미사일 관련 기계라면 엔진 연소, 추진체 분리, 궤도 등을 측정하기 위한 장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2012년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를 발사했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선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북한이 10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인공위성’ 발사로 포장할 가능성이 높다. 비군사적 기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국제적 비난 여론을 피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인공위성 주장은 미사일 기술을 덮기 위한 ‘꼼수’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래서 실제 미사일 발사가 이뤄질 경우 8·25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로 조성된 남북 대화 무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전승절 외교 이후 박 대통령의 외교력이 첫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남북 간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3일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박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남북대화의 흐름이 깨질 수 있다고 위협했다. 정부는 4일 통일부 논평을 통해 “북한이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중 발언을 비방하고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의 이행 여부까지 위협하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8·25합의 열흘 만에 남북이 다시 설전을 벌인 것이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김정은#창건일#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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