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결과 투명하게 공개… 정시 폐지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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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패러다임 바꾸는 대학들

일부 상위권 대학들이 예년 입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비중을 낮추면서 대학 입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다수 대학이 합격 가능 점수나 충원율 등을 비밀에 부치는 관행 탓에 수험생들은 입시 전략을 짤 때 사설 기관의 정보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한양대 등 일부 대학이 예년 입시 결과를 자세히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수험생들이 지원 전략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중앙대는 최근 2016학년도 입시 가이드북을 통해 2015학년도 수시 전형의 입시 결과를 공개했다.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전형은 모집단위별로, 학생부 종합전형은 단과대별로 합격자들의 평균 학생부 성적과 충원율을 정리했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지원자 가운데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통과 비율도 공개했다.

이런 정책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한양대였다. 한양대는 2013학년도부터 시작해 최근 3년 치 입시 결과를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완전히 공개하고 있다. 일부 대학이 합격생 중 상위 70∼80% 정도의 성적만 추려 입시 결과를 공개하는 것과 달리 한양대는 합격자 전원의 성적을 기반으로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시의 경우 학생부 교과전형 합격자의 학생부 등급 평균, 논술전형 합격자의 논술성적 평균을 공개하고, 정시의 경우 모집군별로 수능 백분위 평균 점수를 공개하고 있다. 대학들은 매년 정시의 수능 합격선 등락에 자존심을 걸기 때문에 한양대가 처음으로 정시 합격선을 공개한 것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한양대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입시 관련 스마트폰 앱인 ‘한양입학플래너’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앱을 통해 수험생들은 본인에게 맞는 적성과 전형을 찾을 수 있고, 학생부와 모의수능 성적을 입력해 합격 가능성까지 따져볼 수 있다.

일부 대학은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과감하게 폐지하고, 학생부 이외의 서류 준비 부담을 없앰으로써 수험생들의 고충을 덜어주기도 한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의 경우 지난해 미래인재전형이라는 입학사정관전형을 학생부종합평가로 바꾸면서 자기소개서, 면접, 추천서를 아예 받지 않아 대학가에서 화제를 모았다. 대학이 고교 학생부를 믿어주는 풍토를 만드는 동시에 사교육 유발 요소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전반적으로 수능의 영향력을 낮추려는 대학도 있다. 수능 성적이 1, 2점 높은 학생을 뽑기보다는 성실하고 잠재력 있는 ‘원석’ 같은 학생을 뽑아서 대학이 잘 키우겠다는 취지다. 2017학년도 입시안을 보면 서울 상위권 대학 가운데 건국대와 한양대가 수시의 모든 전형에서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할 예정이다. 서강대는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아예 정시모집을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 소재 대규모 대학들의 입시안 변화는 다른 대학들의 입시안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대규모 대학들이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입시안을 만들고 확산시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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