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 욱하는 감정 치민다면…‘허주 이야기’ 떠올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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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날 때, 별일도 아닌 일을 가지고 울화가 치밀어오를 때, 그 분노를 터뜨릴 상대방을 빈 배처럼 바라보다면 어떨까.” ―당신이 화내는 진짜 이유(EBS제작팀·토네이도·2016년)

요즘 보복운전이 급증하고 있다. 운전 중 ‘끼어들었다’, ‘경적을 울렸다’ 등 별것 아닌 이유로 상대차량을 삼단봉으로 박살내고 가스총으로 위협하는 도를 넘은 사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꼭 도로 위가 아니더라도 순간 욱하는 감정을 참지 못해 참극으로 이어진 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다.

책을 감수한 최해연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사회는 스트레스와 열정이 모두 많지만 ‘참는 것이 미덕’이었던 전통 규범과 ‘화’라는 감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욱하는 사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책은 EBS에서 방영된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엮은 것이다.

화를 참지 않고 분출해야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정신분석학 전통학파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순간적 효과일 뿐 최근 수많은 실험에선 화풀이 행위가 더 많은 내면의 분노와 긴장, 공격성을 불러온다는 게 증명됐다.

저자들은 장자의 허주(虛舟) 이야기를 통해 화를 다스리는 팁을 알려줬다. 아무 때나 욱하는 성격 더러운 남자가 혼자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고 있었다. 그런데 배 한척이 다가와 부딪쳤다. “뭐야, 이런 X 같은….” 하지만 그는 욕을 하려다 말고 다시 드러누웠다. 그 배에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화낼 사람이 없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밖에.

일본 나고야대학 연구팀은 논문을 쓴 대학생들에게 ‘대학생이 쓴 문장 같지 않다’는 굴욕적인 말이 담긴 평가서를 돌려줬다. 다만 일부에게는 ‘이런 말을 해 미안하다’는 사과를 덧붙였다. 사과문을 받지 않은 학생들은 뇌파 검사에서 공격성, 불쾌감이 모두 급증한 반면 사과를 받은 학생들은 다소 불쾌감을 느꼈지만 평상심을 유지했다. 사과의 말 한마디가 상대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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