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내 첫 원전 ‘고리 1호기’ 2030년까지 해체 완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2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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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7년 6월에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가동을 영구 정지하면 2030년까지 원전 해체를 마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고리 원전 1호기의 폐로(閉爐)를 결정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원전 해체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첫 원전으로 건설과 운영, 계속운전 등 각 분야에서 원전 관련 기술축적의 산실이었던 고리 1호기가 마지막으로 해체 관련 기술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향후 ‘원전 재가동은 한 번만 한다’라는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원전 해체에 15년 소요 예상”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원전 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영구 정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고리 1호기 폐로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가 예상하는 원전 해체 기간은 약 15년. 이번 폐로 결정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은 2017년 6월 18일을 끝으로 고리 1호기 가동을 영원히 중단한다. 이후 △핵연료 인출(2018년) △화학물질 배수 및 격리(2019년) △방사성물질 제거 및 해체(2022~2028년) 등을 거쳐 2030년에 해체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원전 해체에는 약 600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고리 1호기 폐로를 원전 해체산업 육성의 시험대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양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2030년 이후 가시화될 원전 해체시장 본격화에 대비하기 위해 핵심기술 개발과 경험 축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리 1호기를 해체 기술 마련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해 장기적으로 커질 세계 원전 해체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현재 국내 원전 해체와 관련한 핵심 기술 38개 가운데 21개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2030년까지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미확보 해체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게 정부 전략이다.

○ ‘재가동은 1회로 한정’ 논란 불가피

산업부는 이날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이 여전히 우수하고 계속 가동할 경우 경제적 이득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이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간 고리 1호기의 안전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원자력안전법이 규정하는 158개 안전 평가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7년까지 10년간 설계수명을 재연장할 경우 최대 2688억 원의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은 원전 폐로를 주장하는 측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산업부는 “후쿠시마 사고, 원전 비리 등으로 저하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번 결정은 안전성이나 경제성 여부와 상관없이 ‘원전 재가동은 한 번만 한다’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업부는 “이번 폐로 결정은 고리 1호기에 한정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역주민과 정치권의 반발에 떠밀려 폐로를 결정하는 선례를 남긴 만큼 향후 다른 지역에서 2차 수명연장을 반대할 경우 이들을 설득시킬 논리를 개발하기 힘들게 됐다.

정부는 고리 1호기에 대해 “한국의 에너지 자립에 기여하고 원자력 강국으로 도약하는 요람으로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비(429억 원)의 3배가 넘는 1560억 원을 투자해 건설한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1436억 kWh의 전력을 생산했다. 이는 서울시 전체가 3.1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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