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아베, 과거사 부정해선 안된다” 고노 “위안부 강제연행, 명백한 사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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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양대담화 주역 무라야마 前 총리-고노 前 관방장관 ‘전후 70년’ 대담
“가해의 대죄 통절하게 반성”… 日 시민들 ‘민중담화’ 초안 공개

일본의 과거사를 반성한 담화를 냈던 거물 정치인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왼쪽 사진)와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9일 일본 도쿄 지요다 구 일본기자클럽에서 전후 70년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의 과거사를 반성한 담화를 냈던 거물 정치인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왼쪽 사진)와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9일 일본 도쿄 지요다 구 일본기자클럽에서 전후 70년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9일 오후 2시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일본기자클럽 10층 강당.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이 들어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대강당에 놓인 좌석 220여 개는 일본 국내와 해외 언론사 기자들이 가득 메웠다. ‘전후 70년을 말한다’를 주제로 대담을 진행한 두 인물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들은 “우리가 발표한 담화가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처럼 크게 이슈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과거의 담화들을 뒤집고 있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두 거물은 마이크 앞에서 아베 총리의 퇴행적 과거사 인식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아베 씨는 무라야마 담화에 반대한다. 하지만 그는 총리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국제사회를 무시하고 일본이 걸어온 길을 부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중국을 침략했고 한국을 식민지배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자민당 총재를 지냈던 고노 전 장관은 지금까지 정치 후배인 아베 총리에 대한 쓴소리를 가급적 삼갔지만 이날은 달랐다. 그는 위안부 강제 동원을 거듭 확인하며 “한국에서도 본인 의사에 반해 감언과 이설을 통해 위안부를 모집했다. 그 결과 (한국 여성들은) 강제적으로 일해야 했다. 군이 이동할 때마다 군이 준비한 트럭에 실려 이동했다. 이건 분명 강제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서 역사적인 담화를 낸 두 주역이 일본기자클럽이 주최한 대담에서 쓴소리를 쏟아내자 일본 기자들도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주역은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거나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려는 아베 총리의 시도에 제동을 걸겠다는 결의를 내비쳤다.

특히 아베 내각이 지난해 7월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한 것에 대해 “명백한 헌법 위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총리가 전후 70주년을 맞아 8월에 발표할 담화(일명 아베 담화)와 관련해 고노 씨는 “꼭 담화를 발표할 필요는 없다.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말고 새로운 추도시설을 만드는 것과 같은 행사를 여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고노 전 장관과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기자클럽의 방명록에 각각 ‘진실(眞實)’과 ‘사무사(思無邪·생각에 사악함이 없음)’를 적은 이유를 설명했다.

고노 전 장관은 “어떤 일을 없었던 것처럼 하거나 부정하는 것, 다른 데서도 있었다고 하는 것은 일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사악함이 없고 정직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진실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이타마(埼玉) 현 주민 등으로 구성된 ‘전후 70년, 민중담화의 모임’은 8일 “일본의 침략, 식민지 지배라는 가해의 대죄를 통절히 반성하고 싶다”는 내용의 민중담화 초안을 발표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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