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타워 예정행사 10여개 취소… 가든파이브 음식점도 발길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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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비상/감염의사 접촉 1565명 파악]
감염의사 동선 따라 공포 번지는 강남… 행사 참석한 조합원들 문의 폭주

서울에서 메르스 35번째 확진환자인 대형 종합병원 의사(38)가 강남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하고, 가족과 외식을 한 사실이 4일 밤 박원순 서울시장의 브리핑으로 알려지면서 5일 관련 단체와 시설에는 발길은 끊기고 문의만 폭주했다.

35번 환자가 행사에 참석했던 L타워는 대규모 홀이 많고 강남 요충지에 있어 평소에도 행사 건물로 인기를 끌었지만 5일 예정됐던 10여 개의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다. 지난달 30일 행사가 열렸던 7층 그랜드홀뿐 아니라 빌딩 전체의 소독 작업을 실시했지만 사람들의 불안감까지 씻어내진 못했다. 1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대학 행사 역시 ‘참석하지 않겠다’는 손님이 많아 취소됐다. 손치현 총지배인은 “건물 출입구마다 발열감지기를 설치하고 손 세정제를 추가로 비치하고 있지만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졌다”며 “우리도 갑작스러운 메르스 폭풍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1565명이 모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1차 재건축조합 모임에 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조합원들의 공포심도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 김형진 조합장은 “당시 총회 시작이 오후 7시 10분이었고 투표가 끝난 것이 8시였는데 35번 환자는 참석한 부인을 데리러 온 것이어서 머무른 시간도 짧았다”며 “잠복기에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문자메시지를 조합원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35번 환자가 가족과 외식한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식당 앞에는 5일 ‘철저한 위생관리와 고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당일 휴업과 함께 매장 위생관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라고 쓴 표지판과 함께 빨간 출입통제선이 쳐져 있었다. 업소 대표 박도근 씨(44)는 “(서울시가) 가게 이름까지 다 말한 건 좀 섣부르지 않았나 싶다”며 “안 그래도 요즘 장사가 안 됐는데 더 안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놀이시설도 울상이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2시 송파구 롯데월드 입구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만 통로를 오고 갈 뿐 이용객이 급감한 모습이었다. 자녀 셋을 데리고 뽀로로파크를 찾은 박모 씨(40)는 “아이들과 오래전에 약속을 해서 할 수 없이 인천에서 이곳까지 왔는데 지하철 1호선이 많이 오염됐다고 해서 7호선을 타고 왔다”며 “마스크를 벗으면 집에 간다고 여러 차례 다짐을 받고 여기 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김재형·손가인 기자
#메르스#강남#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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