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마다 18명 난상토론… 대형이슈땐 고객에 “매도” 문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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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투자전략협의체’ 눈길

삼성증권은 매주 금요일 고객 관련 전 사업부문 팀장 등이 참가하는 ‘투자전략협의체’를 열어 난상토론을 벌인다(위쪽 사진). 이 
회사는 중국 상하이증시가 급락하는 등 투자와 관련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신속 투자전략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 제공
삼성증권은 매주 금요일 고객 관련 전 사업부문 팀장 등이 참가하는 ‘투자전략협의체’를 열어 난상토론을 벌인다(위쪽 사진). 이 회사는 중국 상하이증시가 급락하는 등 투자와 관련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신속 투자전략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 제공
“중국 증시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니 앞으로는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에 함께 상장된 종목 중 주가가 저평가된 홍콩H주가 유망할 것입니다. 고객들에게 이 점을 강조하는 게 좋겠어요.”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아요. 양 증시에 동시 상장된 종목보다 홍콩증시에만 상장된 우량 기업이나 해외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이 좋아 보여요.”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6.5% 폭락하며 ‘검은 목요일’을 연출하자 이튿날 삼성증권이 연 ‘투자전략협의체’의 풍경이다. 매주 금요일 삼성증권의 리서치센터장과 투자전략센터장, 상품개발팀장, 프라이빗뱅커(PB)팀장 등 영업과 관련된 모든 사업부의 최정예 18명이 원탁에 둘러앉아 이렇게 난상토론을 벌인다. 고객에게 추천할 투자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다.

3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윤용암 사장이 취임한 올해부터 이 회사는 영업방식, 내부평가 등 회사 경영 전략을 고객수익률 중심으로 모두 바꿨다. 1월부터 전 부문 ‘장수’가 모이는 투자전략협의체를 업계 최초로 상설화한 것도 그중 하나다. 이 회의의 결과는 곧바로 전국 지점의 PB들에게 전송돼 고객 포트폴리오에 반영된다. 만일 고객 손실이 10% 이상 크게 나거나 고객은 손실을 본 반면에 증권사는 수익을 내면 ‘장수’들의 실적에 반영한다.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중국 증시에 직접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액(약 8000억 원)이 가장 많다. 상하이증시가 폭락하면 고객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 투자전략협의체에 참가한 전종규 책임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 ‘약발’이 거의 다했다”며 “단기간 급등한 개별 종목을 들고 있는 고객들에게는 현금화하도록 적극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경기가 살아난다는 신호가 잡힐 때까지 고객에게 기다리도록 제안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이 투자전략 협의 이후 삼성증권은 대표 랩 상품인 POP자산관리계좌(UMA) 내 펀드 비중을 상하이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30%, 홍콩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70%로 바꿨다. 김성봉 포트폴리오전략팀장은 “상하이증시 조정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홍콩증시 비중을 높여 현재 수익률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이와 별개로 올해 2월부터 투자와 관련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고객들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SMS)를 보내는 ‘신속 투자전략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브라질 국가 디폴트 위험성 증대, 중국 기준금리 인하 등 글로벌 이슈가 생길 때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메시지의 내용은 단순 분석에 그치지 않고 “급등한 일부 테마주나 중소형 개별주는 현금화하라”는 식의 구체적 대응책까지 포함한다.

현금화하는 대신에 다른 상품을 권고하면 당장 수수료를 챙길 수 있지만 장기 고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삼성증권의 판단이다. 이 덕분인지 중국 증시에 투자했다가 현금화한 3300억 원은 여전히 삼성증권 계좌에 머물러 있다.

삼성증권은 또 고객에게 단순히 상품을 추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고객의 투자 목적, 기간,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3개 이상의 상품으로 구성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대형 증권사의 혁신 시스템이 정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은 이미 바뀌고 있다. 오현석 투자전략센터장은 “고객 수익률을 평가 시스템에 연동하기 때문에 매주 투자전략협의체에 살얼음을 걷는 기분으로 참가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시스템을 바꾼 덕분인지 자산관리계좌 잔액이 1조4000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커지고 있어 고객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중국#증시#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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