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갯벌 속에서 모두 하나된 日‘가타림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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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대생 35명 참가 우애 다져

지난달 31일 오전 일본 사가(佐賀) 현 가시마(鹿島) 시 인근 아리아케(有明) 해변. 물이 빠진 뒤 넓게 펼쳐진 갯벌로 젊은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들었다. 하지만 푹푹 빠지는 갯벌의 ‘위력’에 놀란 듯 이내 발걸음이 느려졌다. 함께 걷던 친구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18개국 14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옷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진흙 범벅이 됐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깃발을 빨리 들어올리는 경기, 널빤지 위로 자전거를 달려 결승점에 먼저 도착하는 경기 등 11개 종목이 차례로 진행됐다. 갯벌에 깊이 빠져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꼴찌를 한 선수들도 서운한 기색은 없었다. 한결같이 경기를 즐겼다.

이날 아리아케 해변에서 진행된 것은 ‘가타림픽(Gatalympic)’. 갯벌을 뜻하는 일본어 ‘가타’와 올림픽의 합성어로 ‘갯벌올림픽’이라는 의미다. 올해로 31회째다. 지역민들이 갯벌의 중요성을 알리고 갯벌 관광으로 지역산업을 일으키자는 뜻을 모아 만든 축제다.

이번 대회에는 부산외국어대 학생 35명이 참가했다. 이 학교는 1992년 8회 대회 때부터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독도 분쟁 등 한일 간 냉기류가 형성됐을 때에도 예외는 없었다. 정용각 부산외대 부총장은 “가타림픽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대회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인 만큼 참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가시마 주민들의 친절 속에서 특별한 체험으로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부산외대 외국인 학생 7명이 처음으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짝을 이뤄 갯벌에서 달리는 ‘페어림픽’ 경기에서 1등을 차지한 몽골 출신의 현길 어용다리 씨(국제유통무역학부 1년·여)는 “깨끗한 자연에서 마음껏 놀 수 있어 행복했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부산외대 출전자들은 3개 종목에서 1등을 차지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갯벌#가타림픽#부산외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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