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공항철도서 긴급상황… 심장마비 외국환자 살려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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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후 전직원 안전교육 강화… 심폐소생술-심장충격기 이용법 배워
화재 등 재난사고 대비 훈련도 병행

코레일공항철도 직원들이 최근 강당에 모여 인체 모형을 이용해 심폐소생술을 연습하고 있다. 직원 430여 명은 매달 응급환자 발생에 따른 안전조치 교육을 받는다. 코레일공항철도 제공
코레일공항철도 직원들이 최근 강당에 모여 인체 모형을 이용해 심폐소생술을 연습하고 있다. 직원 430여 명은 매달 응급환자 발생에 따른 안전조치 교육을 받는다. 코레일공항철도 제공
16일 오전 9시 반경 인천공항철도 운서역을 출발해 청라국제도시역으로 가던 제2050호 열차 안에서 독일인 A 씨(31)가 갑자기 호흡 곤란을 호소하다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옆자리에 있던 승객 김모 씨(42)는 곧바로 열차에 설치된 비상 인터폰으로 정종석 기관사(43)에게 위급한 상황을 알렸다.

정 기관사는 즉각 인천 서구 검암동에 있는 인천공항철도 종합관제실로 구조를 요청했다. 종합관제실은 119 신고와 동시에 청라국제도시역에 비상령을 내렸다. 1분도 채 흐르지 않은 시간에 위급 상황이 전파된 것이다.

역무원들은 응급조치에 나섰다. 청라국제도시역에서 근무하던 역무원인 조규현(29), 안나혜 씨(29)는 자동심장충격기를 들고 승강장으로 달려갔다. 이들은 열차가 도착하자 객실로 들어가 독일인을 승강장으로 옮긴 뒤 충격기로 10분간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 결과 미동도 않고 쓰러져 있던 독일인 환자는 다시 숨을 쉬며 기적같이 의식을 회복했다. 이어 도착한 119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A 씨 부인은 “남편이 평소 천식을 앓고 있어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받지 않았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뻔했다”며 “치료가 끝나는 대로 코레일 인천공항철도를 찾아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역무원 조 씨는 “평소에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이용법을 정기적으로 교육받은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환자에게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역을 오가는 열차를 운행하는 코레일공항철도는 매달 모든 직원(438명)을 대상으로 응급환자 발생에 따른 각종 안전조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선 11개 역장과 부서장 등으로 구성된 안전관리감독자 55명은 YMCA에서 시행하는 응급조치 교육을 수료한 응급처치 전문가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들은 역이나 열차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매달 한 차례 직원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로 나서고 있다. 심폐소생술에서부터 역마다 한 대씩 설치된 자동심장충격기와 공기호흡기 사용법을 가르친 뒤 응급조치 수행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또 공항철도에서 발생한 사고사례를 직원들에게 알려 안전의식을 높이고 있다. 화재와 같은 재난사고를 가정해 소방서와 함께 승객 대피를 포함한 긴급조치 훈련도 진행한다.

특히 역무원이나 직통열차에서 근무하는 승무원처럼 승객과 직접 접촉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매년 대한인명응급구조협회에서 파견한 전문가를 초청해 전문적인 응급조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열차를 운행하는 기관사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진행하는 응급조치 교육을 3개월마다 받고 있다.

다음 달 13일에는 인천소방안전학교 교육장에서 일선 소방관들처럼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지하 공간 탈출 및 응급구조 훈련을 받는다. 심혁윤 코레일공항철도 사장(62)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경험했듯 모든 재난 사고는 현장에서의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며 “모든 직원이 응급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전 교육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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