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부채비율도 ‘동료효과’… 작은 업체는 선도기업 따라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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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자본구성이란 외부에서 빌려온 타인 자본과 스스로 조달한 자기자본의 비율을 의미한다. 재무학계는 오래전부터 자본구성을 결정하는 요인들에 대해 끊임없이 논쟁을 벌여왔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한계세율이나 부도 위험에서 비롯되는 손실, 정보 비대칭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더불어 자본구성에 대한 기업의 의사결정은 독립적으로 이뤄진다고 여겨져 왔다. 즉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본인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최적의 자본구성을 결정하며 이 과정에서 다른 기업의 자본구성이나 기업 특성은 배제한다.

하지만 미국 워싱턴대 올린경영대학원의 마크 리어리 교수가 동료 교수와 함께 발표한 논문은 기존에 알려진 바와 다르다. 리어리 교수는 자본구성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동료효과(peer effect)’가 존재하는지 살펴봤다. 동료효과란 집단 내 동료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이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일컫는다.

리어리 교수는 1965∼2008년에 걸쳐 총 9126개 미국 상장기업으로 표본을 구성해 동료 기업군의 자본구성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동료 기업의 부채비율이 상승하면 표본 기업의 부채비율도 상승했다. 특히 규모가 작고 수익성이 낮은 기업은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좋은 기업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반대의 관계에서는 동료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따라서 자본구성을 결정하는 과정에 동료효과가 실증적으로 존재하며 이는 집단 내 선도기업의 자본구성을 바람직하다고 여겨 이를 따라 하고자 하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자본구성이 최적인가에 대한 학문적 합의는 아직 없다. CFO 중에도 본인 기업에 딱 맞는 자본구성이 무엇인지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이런 CFO들은 동료 CFO들의 결정을 눈여겨보다가 모방할 가능성이 높다.

엄찬영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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