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자신의 우월 입증하려… 나르시시스트 CEO의 함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기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전략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이럴 때 대부분의 경영자는 다른 기업의 전략을 답습하거나 모방해서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대와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연구진은 최고경영자(CEO) 개인 성향이 이런 ‘흉내 내기’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미국 경제전문 잡지 포천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96개를 대상으로 1997년부터 2006까지 있었던 인수합병과 다각화전략 등 성장전략을 분석했다. 그리고 CEO의 개인적 성향이 의사결정 과정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살펴봤다.

연구 결과 자기애가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CEO, 즉 ‘나르시시스트 CEO’가 이끄는 기업에서 ‘흉내 내기’ 전략이 두드러졌다. 자기중심적인 경영자는 남을 잘 따라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이런 CEO는 조직 내 임직원의 제안보다는 자신이 경험했거나 목격했던 외부 사례에 의존해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강했다. 또 자신의 우월함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다른 임원이 경험했던 사례와 정반대의 전략을 선택하는 경향도 보였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들이 서로의 전략을 따라하는 것은 본능적인 자구책일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기 우월감이 강한 CEO일수록 남의 전략을 모방하는 정도도 심하며 지나치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만 의존해 내부 임직원의 고견이나 경험을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바꿔 말하면 기업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자기 확신이 넘치는 CEO는 상황에 적합지 않은 흉내 내기 전략을 밀어붙이는 잘못을 범할 개연성이 높다. 피해는 당연히 기업 안팎의 이해관계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물론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외부에 훌륭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나르시시스트 CEO는 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보다 자신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CEO를 임명할 때 경력과 전문성뿐 아니라 자기애적 성향까지 짚어봐야 할 때가 온 듯하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우월#나르시시스트#CEO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