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마신 것까지…새정치聯 전남도당 ‘파격’ 당비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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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처음엔 무슨 공시지가 목록을 적어 놓은 줄 알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커피 한 잔 마신 것까지 다 적어놨더라.”

최근 발송된 새정치민주연합 전남도당(위원장 황주홍 의원)의 3월 당보를 받아본 한 전남지역 의원은 이 같이 말했다. 이 의원이 놀란 건 3월 당보에 담겨 있는 당비 사용 내역 때문.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은 3월 당보부터 당비 재정 현황 및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각 정당은 당원들이 낸 당비와 국고보조금 등을 모아 시·도당 규모에 따라 돈을 내려 보내고 있다. 문제는 정당들이 지금까지 당비 지출내역을 철저히 숨겨왔다는 점. 그러나 “당비 내역을 공개하는 게 정치 개혁의 시작”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정치혁신실천위원회에서 국고보조금을 포함한 정당당비지출 내용을 공개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처음 공개한 게 전남도당이다.

전남도당은 한 발 더 나아가 2페이지 분량의 세부적인 사용 내역도 공개했다. ‘사무처 당직자 식대(박00, 박XX, 김△△)-한사랑○○명가-2만4000원’이라는 식으로 식사 한 당직자, 업소명, 금액을 상세히 밝혔다. ‘등기 발송비 2440원’ 등 10원 단위까지 빼놓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당비 회계는 물론 세부적인 내역까지 공개해 더 놀랬다”며 “어지간한 의지가 아니고는 하기 힘든 일”이라고 평가했다. 전남도당은 이런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누구든지 볼 수 있게 했다.

사용 내역이 공개되자 당직자들의 ‘헤픈 소비’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었다. 전남도당 관계자는 “서울에 집이 있는 당직자가 주말에 집으로 가면서 항공료는 물론 주차비까지 당비로 낸 경우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당비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니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1월 신임 도당위원장으로 당선된 황 의원은 △재정상황의 정기 공개 △당비 사용내역 보고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황 의원은 “정당에 대한 신뢰는 운영의 투명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당비 사용 내역을 낱낱이 보고할 것”이라며 “전남도당의 이런 노력이 정당의 권위적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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