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호남총리론’ 거센 역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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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인 문재인 의원(가운데)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날 ‘호남 총리’를 거론한 것을 사과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인 문재인 의원(가운데)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날 ‘호남 총리’를 거론한 것을 사과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충청지역 분들이 서운했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에 출마한 문재인 의원이 27일 자신의 ‘호남 총리론’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문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 “국민통합을 위해 반대쪽 50%를 포용할 인사가 필요하다”며 “그런 관점에서 호남 인사를 (총리로 임명) 해야 하는데 정말 아쉽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충청권은 들끓었다. 새누리당 소속 충청지역 의원들은 26일 세종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인을 무시한 망발”이라며 “문 후보는 충청인 앞에 석고대죄하고 후보직을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27일 대전이 지역구인 이장우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제1야당 당 대표 후보가 당권에 눈이 뒤집혀 지역주의 망령에 허우적거리고 있다”며 문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많았다. 충남도당 관계자는 “호남이 충청보다 전당대회 표가 많아 전략적으로 (호남 총리 발언을) 했을 것”이라며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충청지역 여론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일부 충청지역 언론은 문 의원의 발언이 ‘망언’이라고 질타했다.

‘호남 총리’ 발언 파문이 커지자 문 의원 측은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문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분(이 총리 후보자)이 충청 출신이라는 것을 문제 삼고 흠 잡은 게 아니었다”고 적극 해명했다. 또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편 가르는 정치를 해 국민통합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의원은 전날 새정치연합 충청지역 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발언의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의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두고두고 문제가 될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충청지역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새정치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충청 민심을 어떻게 달랠 것인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공주가 지역구인 박수현 의원은 “문 의원의 발언 전체를 놓고 보면 어떤 취지인지 이해는 간다”면서도 “만약 문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이번 발언이 다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이현수 기자
#문재인#문재인 호남 총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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