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일반직 노조, 민노총 금속노조에 11년 만에 재가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1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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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일반직(사무직) 노동조합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일반직 노조는 이달 초 사측이 과장급 이상 사무직 1500명 가량에게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하자 추진돼 18일 설립됐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노총에 가입하는 건 생산직 중심의 기존 노조가 2004년 9월 민노총을 탈퇴한 뒤 11년 만이다.

일반직 노조가 민노총의 손을 잡은 건 조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희망퇴직 대상자 통보를 받은 이들은 자신들이 노조 조합원이 아니라 피해자가 됐다고 본다. 희망퇴직 대상 통보를 받은 한 과장은 “지난해 11월 창립 이래 처음 도입한 연봉제나 이번 희망퇴직 모두 과장급 이상 사무직만 대상이다. 우리가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직 노조 추진위 관계자는 2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막 시작하는 노조라 힘이 없어 우리 입장을 잘 대변할 수 있는 민노총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울산지부로부터 18일 노조 설립 허가를 받은 추진위는 28일 창립총회를 열고 지회장과 부지회장 등을 뽑는다. 이후 ‘민노총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일반직노조지회’라는 공식 명칭으로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추진위는 적어도 3000명은 조합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반직 노조 가입 대상은 기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과장 이상 사무직(약 6000명)과 기장 이상 생산직(약 1000명) 등 7000명 정도다. 추진위 관계자는 “사측이 2월 1일부터 희망퇴직 방침을 따르지 않은 직원에게는 직무경고 인사대기 등 조치를 하겠다고 해 가입이 급격히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직 노조 설립으로 현대중공업은 창립(1972년) 이래 처음으로 복수노조가 생겼다. 그러나 기존 노조는 일반직 노조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12년만의 강성 위원장으로 분류되는 정병모 위원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일반직 노조와 공동으로 정리해고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민노총 재가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 규약상 대의원과 조합원 3분의 2가 동의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기존 노조는 2004년 9월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자살과 관련해 민노총의 투쟁 공세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금속노조에서 제명당했다. 금속연맹은 자살한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를 열사로 떠받들었고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개인 사생활 때문에 빚어진 죽음이라고 맞서며 민노총과 결별했다.

한편 기존 노조는 이달 7일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반대 66.5%로 부결한 뒤 아직 사측과 재협상을 시작하지 못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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