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의식한 이벤트성 사업으로 ‘통일준비’ 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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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통일 준비’에 관한 정부의 새해 업무계획을 보고받았다.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등은 광복과 분단 70주년인 올해를 통일시대 개막의 해로 만들기 위해 ‘평화통일기반구축법’(가칭)을 제정하고 한반도 종단열차 시범운행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 구상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지만 북한을 어떻게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재원 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론이 빠져 있다.

이러니 박 대통령이 “이벤트성 사업보다는 실질적으로 남북 주민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남북교류 협력의 질적 향상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한 것에 공감이 간다. 인도적 지원과 산림녹화 환경보전 등은 북에 도움이 되지만 우리가 아무리 선의로 추진해도 북이 응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의 인도적 해결을 남북대화의 우선적 의제로 상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북은 이런 의제를 남한 지원을 더 많이 받아내는 수단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로 북이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제재인 5·24조치의 해제를 요구한 것도 우리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북의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도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흡수통일 포기를 요구했다. 북은 미국에 대해서도 한미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지하겠다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북한이 한미가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은 핵개발을 정당화하려는 속셈이다. 소니픽처스 해킹으로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한 북은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북의 속셈을 헤아리지 않고 남북대화를 시작하면 남북문제 해결은 어렵다.

외교부가 최악의 상태인 한일관계를 올해 국교 정상화 50주년에 맞춰 어떻게 개선시킬지 해법을 내놓지 못한 것은 아쉽다. 국방부는 북핵 등에 맞서 레이저빔 등 ‘역비대칭 전력’을 구축하고 무기 체계에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을 적용하는 것을 ‘창조국방’의 일환이라며 발표했으나 예산 조달 방안과 목표 연도를 제시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맞춰 급조한 인상이 짙다. 대통령의 관심사에 맞춰 관련 부처들이 실효성 없는 정책을 내놓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북한의 반응을 기다릴 게 아니라 채찍이든 당근이든 북이 도발을 포기하고 대화로 나오도록 유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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