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성장-저금리에 수익 정체…해외법인-합작사 설립 돌파구 모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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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 “국제시장으로 가자”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신년사 키워드로 해외 진출 확대를 내세웠다. 저금리로 국내 영업환경이 어두워지자 신성장동력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금융투자회사가 늘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영업환경 악화로 지난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구조를 다소 개선하기는 했지만 경영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금융투자회사들의 해외 진출 확대는 세계로 투자 영토를 넓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미래 수익원을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 금융투자업계 해외 진출 잰걸음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해외 진출 사업을 꼽으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5일 홍콩법인의 사업 확장을 위해 1억 달러(약 1080억 원)를 출자해 홍콩법인의 주식 1억 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도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사무소를 설립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투자증권의 해외 진출 6번째 국가로 2010년 베트남 현지법인 설립 이후 4년여 만의 진출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지 증권사 인수합병(M&A)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KDB대우증권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M&A 등 자문 업무를 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취득해 본격적인 IB 업무를 시작했다.

○ 현지 합작사 설립이 대세

국내 자산운용사는 현지 운용사와의 합작사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생명 뉴욕법인을 인수한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미국 뉴욕생명운용과 현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르면 6월 미국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어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국내 운용사가 해외 합작사를 설립해 외국 회사와 공동 경영한 사례는 없다.

삼성자산운용에 앞서 한화자산운용도 지난해 9월 중국 해태그룹·북방국제그룹과 자산운용사 ‘한화해태기금관리유한공사’를 2015∼2016년 내 설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화운용은 싱가포르에도 현지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은 정부가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완화하면서 투자 여력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해외 진출에는 한계도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2011년 중국 상재증권과 현지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지만 2013년 불발됐다. 현지 업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무엇보다 제도적, 사회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적극적인 투자와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외 진출에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3년 국내 운용사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운용회사를 홍콩에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 인도, 영국, 미국 등 11개국에 18개 법인을 설립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국내 경영진을 해외 법인에 파견하지만 펀드매니저는 현지에서 채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 현지법인은 한국 회사가 아니다”라며 “해외 비즈니스는 항상 현지 직원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금융투자업계#해외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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