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제주]여수고 박두선군 난치병 극복하고 서울대 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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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후원도 한몫했어요”

박성미 여수시의원(왼쪽)과 박두선 군이 최근 전남 여수에서 진행된 한 모임에 참석해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여수시의회 제공
박성미 여수시의원(왼쪽)과 박두선 군이 최근 전남 여수에서 진행된 한 모임에 참석해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여수시의회 제공
“지역아동센터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가장 큰 울타리가 됐습니다.”

난치병과 가난을 극복하고 명문대에 합격한 전남 여수의 한 고교생 뒤에는 지역아동센터와의 소중한 인연이 있었다. 지역아동센터가 소외계층 아동들의 버팀목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기업들의 후원도 한몫했다.

여수시 돌산읍에 사는 박두선 군(19·여수고 3학년)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에 합격해 곧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

박 군의 가족은 방 두 개짜리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이 집은 1990년대 초 불이 났지만 수리할 형편이 안돼 20년째 그대로 살다 2013년에야 롯데케미컬 여수공장 직원들이 수리해줬다. 박 군의 아버지(45)는 수차례 허리 수술을 받아 일을 하기 힘들다. 어머니(45)는 메니에르병을 앓고 있어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다. 메니에르병은 극심한 어지럼증에 이명(귀울림), 난청을 동반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누나(20)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고 여동생은 고교 2학년이다. 박 군 가족의 생계는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하고 있다.

박 군은 가정 형편 때문에 학원을 다니지 못하고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 습관을 배웠다. 박 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인 2004년부터 집 근처 공부방을 다녔고 이때부터 박성미 공부방 원장(46)을 비롯한 교사들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 공부방은 2007년 돌산지역아동센터로 변경됐다. 박 군은 중학교 때까지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하고 주말에는 과학체험을 했다. 박 군은 중학교 2학년 때 공부를 하면 몸이 쉽게 피곤해지고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 검사를 해보니 엄마와 마찬가지로 메니에르병을 앓고 있었다. 중학교 때 너무 힘들어 한 달 정도 공부를 쉴 만큼 또래 학생들과 같은 시간 공부를 하더라도 훨씬 더 피곤함을 느꼈다. 병원도 마음 놓고 갈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며 체력을 기르고 고통을 참아가며 공부했다.

박 원장과 교사들은 지금까지 10여 년간 박 군을 후원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때는 직접 시험장에 데려다 줄 정도였다. 박 군도 휴일에는 돌산지역아동센터에서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돌본다. 박 군은 “선생님들이 엄마 이상으로 보살펴 주셔서 큰힘이 됐다”며 “저보다 어렵고 힘든 아이들에게 지역사회 어른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부방과 돌산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던 박 원장은 지난해 6월 여수시의원이 됐다. 박 의원은 어릴 시절 부모가 돌아가신 탓에 결손가정이나 저소득층 자녀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 운영을 꿈꾸다 공부방을 마련했다. 박 의원은 “지역 기업들이 여수에 있는 39개 지역아동센터를 다양하게 후원해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진로 탐방, 상담, 심리치료, 악기지도 등 희망에너지교실 사업을 펼치고 있다. LG화학 여수공장은 지역아동센터에서 가장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주는 지니데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화케미컬 여수공장은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에게 각종 체험 캠프를, 롯데케미컬 여수공장은 생일잔치를, 여천NCC는 부식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GS칼텍스 임직원들은 성금 500만 원을 모아 12일 박 군에게 등록금과 학비로 전달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박 군이 중학생 때인 2010년에도 400만 원을 모아 건넸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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