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반기 ‘구조개혁 골든타임’ 놓치면 경제위기 올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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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금융계 정치권 등 각계 인사 1500여 명이 참석한 ‘2015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가 어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기적의 역사 위에 새로운 70년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올해가 경제 재도약의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을 갖고 성장의 기틀을 다져나가겠다고 말했다. 노동 금융 교육 공공개혁 등 4대 부문 구조개혁도 강조했다. 경제인들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은 새해의 희망과 덕담을 말하는 것도 사치로 느껴질 만큼 엄중하다. 한때 세계를 놀라게 했던 고속성장의 신화(神話)는 사라졌고 저성장과 장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들의 실적도 추락하면서 올해 1분기 ‘대기업 신용위험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한창이던 2009년 1분기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해외발(發) 악재성 변수는 한국에 큰 위협 요인이다. 일본 엔화 초약세는 한국의 수출에 직격탄을 날린다. 미국 달러화 강세는 단기적으로는 엔화 약세의 충격을 줄여주지만 앞으로 미국 금리가 오르고 ‘슈퍼 달러’가 가속화되면 한국 등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 이탈을 부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한 중국의 경기 감속 우려도 나온다.

우선 급한 불인 경제를 살리는 대책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올해 한국 경제의 핵심적인 과제는 선제적인 구조개혁의 성공 여부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 등 공공개혁,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서비스산업 규제 혁파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시급하다. 내년 총선, 후년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부터는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이 큰 개혁은 사실상 어렵다. 전국 단위의 큰 선거가 없는 올해, 특히 상반기가 ‘골든타임’이다.

한국은 1996∼97년 노동 및 금융개혁, 부실기업인 기아자동차 구조조정에 실기(失機)하면서 해외에서 불신이 커졌고 결국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비극을 맞았다. 리더십이 추락해 무기력했던 정부 여당과, 개혁 발목 잡기에 급급한 야당 모두 책임이 컸다. 이번에도 구조개혁에 실패한다면 정치가 경제를 블랙홀처럼 삼킬 내년이나 2017년에 우리 경제가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청와대와 각 경제 부처, 여야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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