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걱정하는 판에… 신규채용 신경 못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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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2015년 경영계획 캄캄]대기업 사업구조 재편 ‘발등의 불’

주요 대기업들은 매년 10월 말∼11월 초가 되면 일제히 이듬해 경영계획 수립에 들어간다. 매년 이맘때면 기업들은 “내년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하소연하지만 올해는 유독 고민이 더 깊어졌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최근 이어진 저성장 기조에 맞춰 경영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들이 예년에 비해 큰 폭의 구조 변화를 내년 경영계획에 담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적지 않은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개편이 예고됐다는 의미다. 실적 악화의 위기에 직면한 주요 기업들이 채용과 투자 규모도 올해보다 줄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임원은 “내년에도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개편이 이어질 것”이라며 “대기업이 국가적으로 채용과 투자 전반을 책임지는 한국 사회 구조 자체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잇따른 구조 개편에 짙어지는 고민

삼성의 경영계획 수립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이어져 온 대규모 사업구조 개편의 영향이라는 시각이 많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 삼성의 구조 개편 작업이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앞으로 남은 과정까지 고려하려면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데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전자 실적이 2분기(4∼6월)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 역시 내년 경영계획을 세우는 데 주요 변수가 됐다. 스마트폰 사업 실적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점에 맞춰 짜여 있던 투자나 채용 규모를 내년에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올해 중순 이후로 삼성전자에 과잉 투자가 이뤄졌다는 우려가 내부적으로 꾸준히 이어졌다”며 “항공모함 수준의 회사가 한번 가라앉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적당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SK그룹도 지난달 말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정해진 내년도 경영 핵심 전략인 △사업구조 재편 △전략적 혁신이라는 큰 틀 아래 계열사별로 경영계획을 수립 중이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사업구조 ‘리디자인’의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사장단 인사 및 조직 개편에 맞춰 연말까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담긴 경영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SK도 예년 수준의 투자나 채용 규모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내부적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내년도 전망 ‘캄캄’

환율 변동성과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도 기업들이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또 다른 변수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이 기업 CEO 및 임원 1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5년도 경영환경 전망’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50.4%가 내년 경영계획 방향을 ‘현상 유지’로 설정했다고 답했다. 이어 ‘긴축 경영’을 꼽은 응답자가 27.2%였고, ‘확대 경영’을 하겠다는 사람은 22.4%에 그쳤다. 전경련은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기업들이 내실화를 기조 삼아 경영계획을 수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꼽는 가장 큰 고민은 환율이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데다 유로화 약세까지 이어져 일본이나 독일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산하 연구소인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매년 10월경 내놓던 이듬해 시장 전망 보고서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율 불안과 통상임금 등 외부 변수가 많아 무의미한 예측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내년 채용이나 투자 규모도 미지수다.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아직 내년도 경영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채용이나 투자 규모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27일 예상보다 큰 사장단 인사를 낸 LG그룹도 국내외 시장 침체와 환율 변동성 때문에 고민이 많다. LG 관계자는 “특히 중국 기업들과의 격차를 어떻게 벌릴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중점적으로 경영계획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상 3월에 이뤄지던 임원 인사를 1월로 앞당긴 포스코 역시 환율 변동 폭을 확신할 수 없어 경영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지현 jhk85@donga.com·정세진·최예나 기자
#경영계획#신규채용#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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